마법에 걸린 나라
조기숙 지음 / 지식공작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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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진보'라는 용어에.

그래서 책을 순서대로 읽을 게 아니라 275쪽 '비전을 제시하라'는 단원이나 그 부근의 여러 소단원부터 먼저 읽고 읽기를 권한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다가 혼났다. 진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구름잡는 것 같다가 275쪽에 이르러서야 저자가 말하는 '진보'가 무엇을 뜻하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구절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우리 사회에도 계급의식이 약하다보니 미국과 유사한 성향이 존재한다. 가계소득이 1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가 진보층을 이룬다. 가계소득 150만원 이하나 500만원 이상의 유권자들은 보수정당의 핵심지지층이다. 우리 사회의 진보 또한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산층 혹은 중상층에 편중돼 있으며 대졸자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진보'는 워낙 여러가지 뜻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학자가 아닌 나는 저자가 진보를 규정한 것에 대해 별로 반박할 말은 없다. 그러나 현재 이 나라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스스로 진보정당임을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진보가 그 정도를 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진보의 뜻을 좀 더 오른쪽으로 끌고 가서 다른 많은 인구를 진보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가 아니라 좌파라는 식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은 좌파진보라고 좀 더 섬세하게 구분해 놓긴 했다. 그리고 저자가 정치적 지향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고 하는 열린우리당은 우파진보라고 하고 있다.

진보는 말뜻 그대로 보면 앞으로 걸어간다는 뜻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진보라고 생각하고 싶어할 것이다. 나도 그러니까.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걸어가면서 서로를 쳐다본다면 상대적으로 걸어가는 속력이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더디 걷더라도 성실히 앞으로 걷는 모든 사람을 인정해 줄 수는 있지만 상대적인 속력의 차이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개혁 세력이라는 사람들이 가진 생각을 일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해를 하지만 행동을 같이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처지를 깊이 생각해서 진정한 희망을 위해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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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4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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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6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