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도로 따라가는 정조의 화상행차>
수원에서 살게 된지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아이들과 거닐었던 융건릉 산책로와 행궁 성곽길을 떠올려 보며 이 책을 읽었어요.
구석구석 정조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이곳을 지금 저는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하며 걷고 있더라구요.
사계절 언제가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봄이면 초록이 가득하고
여름에는 수양버들나무가 길게 늘어지는 용연
가을이 오면 성곽둘레에 가득한 춤추는 억새
겨울엔 눈으로 덮여 고요한 행궁
요새는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 북적이긴 하지만 낮이나 밤이나 평안하고 아름다운 이 곳에 정조가 좀 더 오래 머물렀다면 어땠을까..생각해보곤 합니다.
아버지를 잃고 어떤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켜왔을지 지금은 아이들이 있는 엄마로써는 감히 상상조차 어려워요.
어머님의 회갑잔치를 위해 거행된 행사이지만 단 8일간의 행차를 위해 정조는 1년을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직접 배다리설계에도 참여하고, 길을 만드는 등 단순히 회갑잔치만을 위한 행행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1킬로미터나 되었던 행렬을 이끌고 창덕궁에서부터 수원 화성까지 3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오가는 동안 정조는 민심을 헤아리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어요.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빚을 탕감해주는 등 백성들을 따뜻하게 품었습니다. 혜경궁의 칠순도 화성행궁에서 치르고 싶었던 정조는 결국 그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지방 백성을 다같이 끌어안으려던 정조의 꿈도 함께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이 슬프지만은 안았어요. 반차도의 화려하고 장엄한 행렬을 따라가다보니 그가 지녔던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고 자신을 일으킨 정조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주 멋진 행렬에 함께 하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처음 이 책을 만난건 지난 겨울 김홍도 미술관에서 였어요. 아이들과 관람을 하고 작은 서가에 들렀는데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구매하려니 절판이었고, 수원시 도서관에도 몇 권 없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새롭게 다시 출판되어 너무 반가웠어요. 많은 분들이 반차도를 따라 정조와 함께 화성행차를 해보았으면 합니다. 아마도 그의 지극한 효심과 백성들을 사랑했던 마음이 깊이 전해질 것 같아요.
좋은 책 다시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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