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도감>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산이에게 누나는 안내자같은 사람이었다. 길의 방향과 삶을 나아가는 방향의 안내자.산에 더이상 메아리가 울리지 않자 산은.. 허둥거린다.나비의 번데기처럼 생긴 보청기를 빼고 가만 있으니 누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비가 날아가는 것 같은 모양의 메아리의 카우보이 모자에서!누나가 죽은게 아닌가?어떻게 산이의 왼쪽 귀에서 누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까.그렇게 메아리의 이야기를 따라 산이는 조금씩 혼자 세상에 나아간다.누나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 무엇이었을까?누나의 흔적을 따라가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메아리를 애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맨날 엄마와 정민이모의 눈물밖에 몰랐는데..누군가를 기억하는 일. 함께 나누었던 시간을 잘 간직하는 일.하지만 정작 산이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누나와의 마지막 순간 못되게 굴었던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신호등에는 사십 초라는 숫자가 떴다.횡단보도의 흰색 선은 스무 개.이 초마다 한 개의 선을 지나면 된다.”혼자 남겨진 산이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1초마다 한 개의 선을 꼭 지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정해진 시간안에 내 마음을 다독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추억하고 기억하고 간직하는 건 어디까지나 나의 감정이니까.“우리는 다 메아리를 사랑했다는 게 중요해.”누나의 죽음 이후 단 한번도 크게 울어본 적 없는 산이는 이제 천천히 그 시간을 받아들인다.헤어진 가족을 애도하는 시간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싶다. 산이와 엄마 단짝친구 두나, 그리고 메아리의 친구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메아리를 그리고 애도하는 시간을 통해서 메아리를 잊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함께 나아감을 잘 전해주었다. 받아들이기 힘든 시간의 터널 속에 남겨진 동생 산이의 마음이 잘 그려져 있어 더 마음이 아려왔다. #문학동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최현진 #모루토리 #추천동화 #동화책 #애도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