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시작에도 끝에도 함께 해주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것.마치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나타내는 것 같았어요.그 모든 이야기속에서누군가에겐 혼자만의 시간을또다른 누군가에겐 여럿이 어울리는 시간을함께 해주는 것 같았죠. 그리고 또 무수한 시간 속에서 지나가는 계절 속에서도 묵묵히 삶의 이야기를 지켜나가고 있네요.이 그림책을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문득 얼마 전 태국여행 중 숙소 근처에 오래되고 낡은 나무 의자가 떠올랐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의 지친 발걸음을 멈추게도 하고근처의 노상 상인들의 휴식이 되기도 할 것 같은 오래된 의자요. 큰 길가라 의자가 있는게 이상하긴 했지만 몇 번을 지나는 길에도 유독 눈에 띄어 한번은 한참을 바라보았어요.무수한 세월 속 변해가는 동네를 바라보고 늘 북적이는 여행객들을 보며 그렇게 세상을 맞이 했겠구나 싶더라구요. 낡고 닳았지만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안고 있을 것 같았어요.그냥 별것 아니지만 나에게는 늘 그 자리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의 위로같은거요.지금 떠올려보니 제게도 그런 공기가 있었어요.어릴때, 할머니댁 손님방엔 늘 문방사우가 있었어요. 묵직한 먹물 냄새와 붓걸이, 할머니가 글씨 연습하시던 종이들 그리고 종이를 누르던 서진. 모든게 늘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죠. 지금은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그저 기억속에 그 자리와 냄새만 기억이 나네요.그곳에 있으면 걱정이 사라졌었거든요. 내가 없는 동안 할머니께서 글도 쓰시며 홀로 식사도 하시고 그렇게 지내고 계셨겠지? 그러다 나를 만나면 이리도 따스히 안아주셨겠지? 그런 생각에 좋았던 것 같아요.작고 소소하지만 나에게는 나만의 역사가 되는 모든 이야기들에는 시작과 끝이 있어요. 그 안에는 ‘나 자신’이 있고요.그 시작과 끝이 어디이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