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 소중한 이와 나누고픈 따뜻한 이야기
이창수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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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를 힘들게 통학했던 때가 있었다. 아침 6시 전에 일어나 부리나케 집에서 나와 학교를 향해 전력질주하면 9시에 겨우 도착해 1교시를 수강할 수 있었다. 갓 스물, 입시에서 해방되어 이제는 펑펑 놀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어하던 마음은 짜게 식어버렸다. 30개가 넘는 정거장을 하나씩 세가며, 언제 도착하나 풍경도 없는 차창 밖의 검은 프레임을 하루 종일 보는 일이 일상이 되었고, 너무나 지겨웠다.

 

당시에는 스마트폰 사양도 좋지 않아 인터넷도 느리고,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탓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찰나 손에 집었던 것이 책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읽은 책이라곤 부끄럽게도 학습 서적과 비문학밖에 없었는데, 이 때 책의 매력을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나의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좋았다.

 

 어른이 되고 한살씩 나이를 먹을 수록 더 많은 고민이 생기므로, 어릴 때의 고민은 아무 것도 아닌 듯 느껴질 ?가 있다. 하지만, 스무 살에게도 나름의 스무 가지의 고민이 있었다. 그 고민의 해답을 책 속에서 찾으며 하루하루 나의 성장함에 기뻐했고, 그때의 습관은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이어졌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는 왠지 모를 그 당시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일상 생활 속 고민부터 인간관계/태도와 같은 깊은 주제까지 작가가 일생동안 고민했던 것을 나름의 소신으로 정답과 해결책을 제시해주는데,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좋은 문장에 밑줄을 치는 나를 보며 스무 살때의 내가 생각났다. 최근 들어, 에세이나 문학보다는 사회과학이나 경영경제 서적만 주로 읽어 책을 책답게 읽지 못하고 공부를 하듯 읽기만 했었는데, 에세이 읽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 책 속에는 한 번으로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담아두고 싶은 구절들이 정말 많다. 그런 탓인지 초록색 표지처럼 책 안 종이들도 초록색으로 활짝 물들었다. 내가 가장 인상깊어 몇 번이나 읽었던 단락을 소개하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세월이라는 철로를 질주하는 인생 열차는 정해진 정거장이 없다.
자신이 세우는 곳이 정거장이 된다.
자신이 기관사이다.
가끔식 원하는 곳에 열차를 세워 휴식도 취하고
주위를 감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차의 속력에 묻혀 정신없이 폭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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