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의 집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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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제왕! 이야기의 달인!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의 장편소설 『가시의 집』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나카야마 시치리가 선보이는 사회파 미스터리로 집단 괴롭힘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여러 사회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중학교 교사인 호카리는 자신의 딸이 집단 괴롭힘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일을 겪는다. 그 후 차츰 무너져 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학교와 싸우기로 결심하는데

_책 소개


<가시의 집>은 사회파 미스터리로 집단 괴롭힘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여러 사회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블루홀식스(블루홀6)의 모든 도서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기에 서평에 스포일러는 절대 금지 사항이다. 종종 서평을 읽기 전에 '스포일러 있는 거 아냐? 나 이 소설 읽을 건데'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 걱정하지 마시라. 이 포스팅엔 스포일러는 없다.



표지도 색다르고 예쁘다. 어두운 곳에서는 야광 가시가 빛을 발한달까. 표지 속 가족은 주인공 호카리네 가족일까, 아니면 가해 학생 '아야'네 가족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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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가 가해자로, 가해자가 피해자로

- 어렸을 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사람은 피해자' 그리고 '이 사람이 가해자'라고 이분법으로 나누었다. 피해자는 계속 피해자로서, 가해자는 천벌 받을 가해자로서 계속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세상도 그렇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도 가해자가 되기도 하더라. 약한 개일 수록 더욱 짖는다고 하질 않던가. 그렇다고 집단 괴롭힘 문제의 가해 학생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서 학폭 또는 왕따 문제(이지메)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가해 학생만 처벌하면 돼. 훈육보단 체벌이 최고지'라는 식의 단순한 발상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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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좌제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 방검복과 삼단봉 등 호신 용품을 사야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출하기도 무섭다. 유튜브나 온라인 신문 기사를 보다 보면, '가해자 부모도 책임져야 한다'라는 댓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순간 연좌제가 떠올랐다.

주인공의 딸 유카를 자살 시도로 내몬 가해 학생 '아야'. 아야의 가족을 향한 네티즌들의 언어 폭력도 소설을 읽으며 느낄 수 있다. 가족들의 신상 정보가 공개되는 건 기본이다. 아래에 네티즌 이야기할 때에도 언급하겠지만, 네티즌들의 이러한 행동이 과연 옳을까? 주인공에게 접근한 언론인의 말대로, 네티즌들은 연좌제를 언급하며 자신의 울분을 푸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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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케어를 할 수 없는 교사

 동아리 고문, 교외 활동 지도 등 기타 업무로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학생 케어'를 정작 못 한다. 게다가 학교는 집단 괴롭힘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피해 학생의 증언, 가해 학생의 증언, 집단 괴롭힘 사실을 가리키는 물증. 이 세 가지가 없으면 집단 괴롭힘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교육 현장에서 집단 괴롭힘 문제는 지뢰나 마찬가지다. 신고하면 경찰도 움직이지만, 교육 현장에는 뿌리 깊은 화근이 남는다. 그래서 신고할 수도 없고, 근본 원인을 제거할 수 없다면 못 본 척하고 넘어가려 한다. 교육이란 '인간답게 성장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건 현실을 모르는 자의 이상(理想)인 걸까.

 하지만 학교는 보육원이 아니다. 학생 케어는 100% 교사의 업무라고 말할 수 없다. 내가 어릴 땐, 한 반에 담임 선생님 한 분에 학생들 35명 정도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 한 분이 서른 명이 넘는 학생을 전부 케어하는 건 불가능이다. 부담임도 계셨던 걸로 기억하지만 솔직히 담임으로서의 존재감은 전혀 없었다. 그저 '다른 과목 선생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즉, '학폭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 교사가 잘못이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너무나 복잡하다. 주인공은 여러가지 사건으로 정신적으로 힘든데, 학교는 학교 이미지만 신경 쓰고, 학생들은 주인공을 선생님으로서 신뢰하지 못 하게 된다. 이게 주인공 단 한 명만의 문제인 걸까?


252쪽

"우리는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고 있는데 그 시절 말도 안 되는 교육론을 펼치던 선생들은 누구도 책임을 안 져. 서른 넘어서 사회에서 중도 탈락한 피해자가 늘어나는데도 마치 자신은 상관없다는 얼굴이나 하고요. 정말 속 편해, 교사라는 직업이요"


 그리고 유토리 교육의 문제도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 나온다. 입시 전쟁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아시아(한국,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 등)가 심한 것 같다.

* 유토리 교육 : 여유로운 교육이라는 뜻. 학습 내용 및 시간을 줄이고 학생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교육 방침이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었으나 학력 저하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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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티즌 : 익명성과 언어 폭력

익명성이라는 벽이 네티즌을 지켜준다. '나는 당당하고 옳다'라고 말하려는 듯, 가해 학생의 가족들 개인 정보를 퍼뜨리는 네티즌들. 그리고 잘 알지도 못 하면서 함부로 말하는 건 언론이나 네티즌이나 똑같다.


117쪽

"아니요, 정의감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울분을 푸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남의 불행은 꿀맛이니까요. 정의의 편에 서서 가해자와 그 가족을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주 신이 나겠죠"


132쪽

그래도 멋있게 굴다가 휘말린 아이도 자업자득이지. 괜히 정의의 편에 서면 큰 대가를 치르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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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언론인은 낫다고?

- 유카의 자살 시도 이후, 주인공 가족에게 접근하는 언론인. '이번 사건을 사회의 왜곡, 학교의 무사안일주의라는 측면에서 추궁하려 한다'라고 말하는데. 언뜻 보면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그저 시청률과 경쟁을 위해 움직인다. 잘 모르면서 TV 앞에서 말을 함부로 하기도 하고. 다른 언론사와의 경쟁 때문에 좀 더 자극적으로 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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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역시 믿고 보는 작가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랑 <비웃는 숙녀> 등을 재미있게 읽고, 믿고 보는 작가 중 한 분이 된 나카야마 시치리.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중 한 분이다. 다양한 테마, 참신한 시점, 충격적인 전개를 담아 '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며 놀라운 집필 속도로 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361쪽_그래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정성껏 뽑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호카리에게 주어진 책무이자 매일의 싸움이다.


솔직히 똑똑한 누군가가 나서서 '이 문제는 이렇게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말해 주었음 싶다. 이게 불가능한 일이고, 이런 일이 만약 일어나면 오히려 무섭다는 건 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싸매고 같이 고뇌해도 해결하지 못 하는 문제를, 1명이 나서서 바로 해결해 낸다는 것도 이상하다.

그렇기에 <가시의 집>도, 아니 소설가 나카야마 시치리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정성껏' 이라고 표현하는 듯 싶다. '호카리 씨 가족을 이어주는 끈은 아직 끊기지 않았습니다'라는 형사 사카토의 말처럼, 호카리와 가족에게 스며든 문제를 해결할지 회피할지는 그들의 손에 달려 있다.


☆ 서평단 도서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저의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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