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공유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
김이랑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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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거 별론데?"


59쪽_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장난감을 검색해 보고 사 보았다. 고양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영혼 탈곡기'라는 무시무시한 수식어가 붙은 장난감도 사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우리 작업실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반응이 없었다.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랜선집사이기에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으니, 강아지처럼 손이 많이 가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은 인간 중심의 '제멋대로'인 말이라 생각한다.

고양이도 인간처럼 각각의 성격과 개성이 있다. 인간의 따스한 손길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많다. 그리고 '이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고양이는 이 사료/장난감을 좋아하지만, 나와 같이 지내는 고양이는 싫어한다' 라는 웃픈 경우도 많이 보인다.


* 걱정되면서도, 피식 웃게 되는 장면들


161쪽_ 얼마 지나지 않아 복남이는 또 사흘이 다 되어 가도록 오지 않았다. 3일째가 되면서 나는 또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SNS에 다시 글을 올렸다. (중략) 그리고 지난번처럼 글을 쓴 지 몇 시간 만에 복남이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복남이가 내 SNS를 팔로우하고 있는 것 같다


고양이는 자신과 같이 생활하는 인간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얼마나 자신을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는지.

아니, 어쩌면 고양이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얼마나 지 생각을 해 주는데, 인간은 그걸 몰라' 라면서.

어떨 때에는 자유롭게 행동하고, 어떨 때에는 애정을 요구하고.


'아무래도 복남이가 내 SNS를 팔로우하고 있는 것 같다' 라는 부분에선 (걱정하셨을 작가분께는 죄송하지만) 피식 웃게 되었다. 그녀의 문장이 너무 무겁지 않아서 좋았다. 그렇다고 '읽어도 남는 게 없는' 문장은 하나도 없다.


*  '닝겐'의 성장


처음으로, 그것도 길 생활에 익숙한 고양이를 만나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186쪽_ 동물을 키우게 되면서 참으로 생소한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중략)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 짠한 감정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중략) 신나게 놀고 늘어져서 새근새근 잘 때도 왠지 짠하고, 배고파서 밥을 허겁지겁 먹을 때에도, 다른 고양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떨어져 있을 때에도, 멀리서 날 알아보고는 꼬리를 세우고 달려올 때도 (중략) 어김없이 밀려오는 짠한 기분.


197쪽_ 소중한 만큼 그것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도 클 것이다. (중략) 나에게 이렇게나 소중한 것이 나보다 훨씬 적게 살고 떠나간다는 것은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198쪽_ 이렇게 작고 소중한 존재를 내가 지킬 수 있을까 늘 걱정스럽고 고민이 된다. 그리고 천천히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고 느낀다.


중학생 때 햄스터를 키운 경험이 있다. 계기는 친구가 햄스터를 몇 년간 키우는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햄스터는 야행성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케이지 위에 담요 같은 걸 덮어주었다. 이름은 '짱아'라고 붙여 주었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하지만) 짱아를 케이지 없이 데리고 나갈 때면, 내 손과 팔 위에서 돌아다니다가 팔꿈치 안쪽에 얼굴을 묻고 잠든 적도 있었다. 그걸 바라볼 때마다 행복했다. 나에게는 짱아가 소중하고, 짱아에게도 내가 필요한 존재라고 느껴졌기에.

그때에는 '내가 짱아를 잘 지킬 수 있을까' 고민했던 기억은 없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나도 성장했던 것 같다.


202쪽_ "여기서 키우시는 거예요?"라고 물으니 자신이 키우는 건 아니고 얘가 여기 들어와서 살기로 결정한 거라고 하셨다. 아, 저희 작업실에도 그런 고양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만.

(중략) 원하는 것이 있다면 쟁취해야 한다. 너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고양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도 교류가 시작된다.


215쪽_ SNS로 알게 된 동네 주민분과 집사 친구가 되기도 했다. (중략) 병원에 가는 길이면 꼭 우리 작업실에 들러서 고양이와 인사시켜 주신다. 그 친구의 이름은 길동이다. 길동이네와는 간식을 나누어 먹고 스크래처도 물려받는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저자가 오랫동안 고양이 '동생들'(197쪽에 '나는 고양이들의 언니이자 누나가 되기로 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과 행복한 추억을 많이 쌓기를 바란다.


저자 김이랑

좋아하는 모든 것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1년의 많은 날들 중 249번째 날에 태어나 '249days'라는 작은 문구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랑그림 작업실'에서 자수를 하는 동생과 길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복닥거리며 매일 그림을 그린다.

blog.naver.com/spaceyy


※ 출판사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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