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 2017년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구효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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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 작가를 꿈꿨었다.
그리고 지금도 작가를 희망한다.
꿈꾸다와 희망한다는 조금 다르다.
꿈꾸다는 지치지 않는 열정을
동반한다. 누가 뭐라하던 나의 생각을 관철시킬 힘이 있다. 반면 희망한다는 한발 물러서 먹고 살 궁리를 해야하는 여지를 남겨두어야 하는 뜻을 품고 있다.
나는 작가를 아직 희망하면서 꿈꾸고 싶다. 이 꿈이 깨지지 않았음 좋겠다.
이기호 작가는 내 이름과 같아서 애정이 가는 작가였지만 보유하고 있는 책이 딱 한권뿐이다. 최순덕 성령 충만기 인데 이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라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김영하 작가 스타일이 되었나 싶기도 했다.
재밌게 읽은 소설은 김중혁 작가의 스마일과 한지수 작가의 코드번호 1021이었다. ˝그건 데이브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죽은 사람들은 마지막 얼굴로 자신의 모든 인생을 표현합니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 괴로웠던 시절의 고통, 마지막 순간의 회환이 그 얼굴에 다 들어 있어요. 얼굴 하나로 최소한 30년의 시간을 표현하는 겁니다.˝ -김중혁 스마일에서-

이 대목에서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났다.
중환자실에서의 마지막 모습...
나는 미치지 않았는데 내가 미쳐보이게 만드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아프게, 많이 고통스럽게 보내드렸다. 아들로서 지켜 주지 못한 죄스러운 미안함.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에서 아름다운 추억은 없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은 왜?가 전부였었다. 믿었던 의사는 나의 왜?라는 질문에도 답하지 못했고 생을 마감하던 어머니의 왜?라는 물음에도 아무 답을 하지 못했었다.
이 생각을 이어주는 작품이 한지수 작가의 코드번호 1021이었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에서는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이 앞서는...., 그런 게 바로 우리들인 거요. -한지수 코드번호 1021-

어머니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버지 끼니를 걱정했고, 누나의 자식들. 즉, 손주들에게 줄 용돈을 남몰래 자신의 스마트폰 케이스에 숨겨둔 사람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올라가면 손주들에게 용돈을 쥐어주며 할머니의 무용담을 들려주고, 푸른 날것 같은 손주들을 끌어안고선 아이들의
몸 냄새가 날개가 되어
집으로의 귀향을 꿈꿨을 것이다.
나는 그 소박한 꿈하나 이뤄드리지지
못한 못난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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