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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누군가 나에게 치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두려운 것’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기억이
지워진 지점으로 정신이 돌아간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싶기도 하고, 당장 치매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나처럼 정신의학 쪽을 제대로 공부해보지 못하거나 꽤나 섬세한 사람이 아닌 이상
치매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치매란 나에게 그저 두려움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오구니 시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p.22
이 책은 일본 NHK 피디의 기획으로 시작된 ‘주문을 틀리는 음식점’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기까지, 또 실행되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담은 책이다. 제목은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인데, 주문을
왜 틀리나 했더니 치매를 가진 사람들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음식점이라고 한다. 당장 운영이 제대로 되긴
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곧 나의 편협함을 반성하게
되었고, 어느새 미소를 지으면서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게 해주었으며, 사회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주었다.
‘그 누구도 곤란해질 일 없습니다.
메뉴가 틀렸더라도 맛만 있으면 된 거니까요.’ P.16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실수를 용납해 주는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다.’ P.64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있는 그대로의 우리 아이를 받아들여 주었다.’ P.124
사람들은 정말 틀린 요리가 나올지 두근거리기도 하고, 주문한 메뉴가
정확히 나오면 내심 실망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음식점만큼은 모두가 ‘그래, 틀리면 뭐 어때.’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숨막히는 경쟁 사회에서 완벽함을 이상적인 보석으로 삼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틀리고 실수하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실수는 실수가 아닌 것이 된다. 손님은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서 관용을 경험하고 배우게 된다. 이러한
꽤 파격적인 체계를 두고 혹자는 진정성을 두고 비판할 수도 있겠으나, 기획 과정을 보면 저자가 많이
고민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최고의 질과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 ‘일부러 실수를 조장하지 말 것’이라는 룰도 있다. 음식점의 본래적인 목적과 자신이 계획한 특수적인 음식점의 목적 또한 잃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치매는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겪게 될 일이고, 본인 혹은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진다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현실을 반영하되,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신선한 사례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와
노인 문제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볼 수 있었던 건 이
책의 매력 덕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