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가 들면 고민도 덜하고 눈앞이 좀 뚜렷해질 줄 알았는데, 지금과 똑같다고? 청춘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이가 이 글을 읽는다면 아마 절망할지도 모르겠다. 미안하다. 나도 환장하겠다."


재치 있는 그림과 함께, 책 제목부터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혹자는 '열심히 사는 건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물론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열심'은 이 세상에서 긍정적이라고 받아들여지는 단어 중 하나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매우 익숙할 정도로,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좋은 평가 및 결과를 전제로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열심히 살 뻔했다'? 작가가 이토록 자신 있게 제목을 쓴 이유가 궁금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프롤로그와 본문 4,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 제목들이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한 번쯤은 내 마음대로’, ‘먹고사는 게 뭐라고’, ‘하마터면 불행할 뻔했다이다. 벌써 이것만 봐도 작가가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그동안 고민해왔다는 게 느껴졌다.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pp.19-20


의문과 동시에 기대감을 품고 1부부터 읽었다. 쭉 읽어본 결과 나는 1부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마음에 와 닿았다. 제일 처음에 '노력이 우리를 배신할 때' 부분부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노력''열심' 옆에 붙어서 같이 다니는 녀석이다. 그래서 '열심''노력'하는 게 인생의 진리고 법칙인 줄 알았고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것도 하나의 통념임을 일깨워주었다. 그렇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며, 또 열심히 안 했다고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굉장히 당연한 것인데도 전자, 즉 노력에는 보상이 따른다는 말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면 대체 어쩌라는 건지 의문을 제기할 사람들을 위해(?) 작가는 괴로움을 줄이는 법은 안다고 말을 꺼낸다. 그것은 바로 인정해버리기이다. 매우 간단하지만 떠올리기에도, 또 실천하기에도 마냥 쉬운 건 아니다.


나는 그동안 노력하면 보상이 따른다는 말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말의 위험한 점은 노력했는데도 실패할 때 자책하기 쉽다는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괴로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도 이 때문에 많이 자책하고 상심에 빠진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느꼈던 것이, 하완 작가 참 고생 많이 했겠다는 것이었다. 살면서 느꼈을 인생 구석구석의 의문점들을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데서 배울 점이 많았고,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고민이 해결된 건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서 누군가의 공감을 얻어내고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편하게 술술 읽을 수 있는, 하지만 중간 중간 기록하고 싶은 구절이 너무나 많아서 멈추면서 읽을 공감의 쉼을 제공할 멋진 책이다. 위트 있는 그림이 있어 피식 웃는 와중에 고민이 가벼워지면서 힘을 뺄 수 있을 것이다.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p.29


그동안 나는 얼마나 외면의 압박과 내면의 불안에 쫓겨 힘겹게 살았던가. 이제는 좀 천천히 가보려 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케세라세라(Que sera, S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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