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리미티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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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맥카시의 소설답게 처음부터 긴장감이 느껴진다. 한정된 공간 안에 딱 두인물이 주고 받는 희곡같은 분위기지만 소설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뭐라 장르를 넘어서는 이 소설은 차라리 영화에 가깝다. 그의 소설이 영화화에 어울리는 이유는 긴장감 그리고 그에 대한 묘사와 전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의외로 대화로만 이루어져서인지 그 이전에 작품들이 주었던 강렬한 느낌이 없었다. 이미 장면에 대한 묘사로 다가오는 벼랑끝에 선 느낌 같은게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느끼게 만들어줄 어떠한 것도. 차라리 그래서 이건 희곡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연극으로 완성되어야지 그 참맛을 알 수 있는 그런 작품.


어찌되었든 소재는 신선하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 그 둘의 첨예한 대립 속에 인물의 깊이가 결여되었다고 생각했다. 말로 자신의 사고를 모두 드러내기 때문인데 읽으면 읽을 수록 기독교인인 흑인과 무신론자 그리고 염세주의자에 가까운 이 백인의 논리가 그다지 깊지 않다는 생각만 들뿐이다. 흑인은 그저 그를 막아 설 뿐이고 백인은 그저 떠나려할 뿐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계가 진전되는 모습은 없어 보인다. 그 관계가 엇갈리니 극이 지루할 수 밖에 없고 결론적으로는 겉도는 느낌이 든다. 왜냐면 결국 그들은 아무리 입장이 달라도 교감하거나 서로에 대해 영향을 주지 못하고 그것 자체로는 소설이 전개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흑인이 오열하는 장면은 약간 쌩뚱 맞기도 했다. <로드>를 보았을 때의 충격 같은 그런 것은 없었지만 내가 주의깊게 읽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러나 마치 <밀양>처럼 기독교의에 대해 깊이 들어가거나 그에 대한 고통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거나 극중인물들이 주고 받을 수 있었다면 그런 작품이었다면 이 작품을 긍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죽으려고 했던 이의 고통이 피상적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흑인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진심일까 싶을 정도로 둘은 아무런 관계 없이 갈길을 가며 그냥 끝나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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