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일반판)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나탈리 포트만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개인의 무너짐에 대한 영화를 주로 만들었다. 파이에서는 한명의 수학자, 레퀴엠에서는 약쟁이들, 더 레슬러에서는 늙어버린 레슬러의 비참한 인생살이를 보여준다. 이 내용들은 어떤 상황이 그를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강박증과 굳어버린 형질에서 시작해 불행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구조다.

 

 블랙스완에서도 그런 주인공을 창조해냈다. '백조의 호수'에서 자신의 어두움을 들추는 흑조를 표현해야하는 니나(나탈리 포트만)는 자신의 어두운 면을 발견한다. 순결함을 강조하는 어머니 밑에서 억압당하는 모습이 외형적인 자학으로 들어나고 흑조의 내면을 연기하기 위한 시달림이 어두운 내면을 깨운다. 그녀속에서도 유혹과 욕망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몸동작과 굳어있는 그녀의 표정은 불안정한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릴리의 모습을 증오하고 거부하지만 영화속 릴리는 그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중적인 그녀의 모습은 공연을 하면서 결말을 맺는다. 한 명의 예술가로 혼을 불태우는 그녀는 자신의 억눌렸던 자아를 분출하고 죽임으로써 그녀의 욕망의 궁극에 달한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헤어나오기 힘든 상처로 죽어가는 상태다. 마치 성공과는 다른 어떤 궁극으로 향하고 싶은 욕망이 새로운 그녀를 탄생시키는 동시에 몰락시킨다.

 

 인간의 궁극적 욕망에 대해 다루려 했던 주제의식을 통해 불안정한 우리들이 다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남겨준다. 인간의 내면속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모습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내안에 있는 것들이 날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 역시 나 자신이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지 못한 체 나를 옭아매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이 영화를 긍정할 수 밖에 없다.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는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좋은 작품이다. 그리고 한 배우의 아름다움과 파극을 발레를 통해 그려낼 수 있다는 작가의 재능 역시 부러울 따름이다. 흑조와 백조, 양립하는 이미지의 통합을 이루고 싶은 감독의 욕망을 나타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완벽하고 싶은 인간의 병적인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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