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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니와 알렉산더 (1disc)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 / 엔터원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감독이 보통 나이가 들면 들수록 주인공들 역시 완숙한 인생을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을 택하기 마련이다. 그 감독의 인생의 깊이가 묻어나야하기 때문에 그렇다. 얼마전 보았던 <산딸기>가 초기작이라고 친다면(그는 10년전부터 연출을 했지만) 그 영화속에서는 늙은 주인공이 삶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완숙한 노장의 영화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반대로 아이의 눈을 통해 인간을 바라본다. 어찌보면 그의 영화는 주인공의 삶을 파헤치기보다 주인공이 삶을 관찰하는 식의 구성을 취하기 때문에 주요인물의 설정이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아 보였다. 아이의 눈을 통해 펼쳐지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는 삶에 대한 다층적인 모습들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싶었다. 또 하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의 테마 역시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극장을 운영하는 가족의 이야기인 만큼, 무대 위에 희곡을 올린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마치 감독이 생각하는 영화의 의미처럼 느껴졌다.<이 작은 세계는 우리가 큰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큰 세계를 반영해왔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세상사의 고단함을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우리의 극장은 질서가 있고 일상이 숨쉬며, 관심과 사랑이 있는 작은 방입니다.>
작은 세계의 역할이 이 시대의 영화가 필요한 이유처럼 감독의 영화론이 내적 독백이 반영되었다고 느껴진다. 또, 인생을 연기에 비유하는 부분들도 나오는데, 삶의 본질을 연기에 빚대어 공감가게 표현한다. 그런 대사의 훌륭함들 뿐만이 아니라, 가족사 전체를 다루면서 죽음, 운명, 구원, 사랑의 의미들을 종합해 놓은 영화였다. 잉마르 베르히만이 공식적인 은퇴작으로 내놓은 영화다웠다.
또, 형이상학적인 문제들을 예전 영화들처럼 딱딱하게 접근하기보다는 미스테리와 스릴러, 드라마의 형식을 적절히 조합해 내어 관객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후반부 알렉산더의 아버지가 죽고 나서 진행되는 장면들은 플롯의 긴장감 속에 작가의 생각을 적절하게 녹여낸 탄탄함이 느껴졌다. 사실 영화가 긴만큼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다시 보면서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은 영화였다. 잊지 못할 오프닝의 주제곡처럼 전반적으로 따뜻한 분위기의 영화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