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
리즈 무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무겁다. 읽다보니 뚱뚱한 남자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지루했다. 나와는 다른 삶이야. 단정했다.


요즘 기사를 통해 읽는 관계가 단절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스마트폰으로 SNS를 즐겨하지만 친구들과 대화하지 않는 아이들의 아이러니. 그들은 고독하고 상처받았고 덩치가 크지만 세상과 사람을 두려워한다. 미묘하다. 이 책은 현대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읽다보니 그건 내 이야기다. 사람을 두려워 하고 혼자 있는 것을 편하게 여기고, 그래서 혼자라서 쓸쓸하고 고독한 내 인생의 이야기. 이처럼 극단은 아니지만 나의 내면 역시 이 소설에 나온 주인공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음을 느꼈다. 그래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현실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이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어떻게 변화할지. 어떻게 만날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한 자리에서 다 읽었다.


아픔에 공감하고 그렇게 피할 수 밖에 없었던 삶. 아무도 구원해주지 않고 던져버린 삶. 그 파편들이 튀어올라 서로를 상처입게 하고 그리고 죽음과 단절을 통해 좌절하지만 다시 이어지는 삶의 가능성.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가 아무리 고독하고 외로워도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려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고 나도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어 본다.


이 소설의 모든 이야기들을 분석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흐름이 궁극적인 해피엔딩을 맛보게 하지 않더라도 따스하게 스며들었다. 맞아 인생은 그렇게 시작되는 거야. 그리고 내가 마음을 연다면 누군가 손을 내민다는 것도 맞아. 상처입어 두렵고 떨리고 그렇지 않을꺼라는 생각을 버릴 수 있다면 우리에게 다른 인생이 펼쳐질 거야. 작가는 이 지점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굳이 이 소설을 교훈적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서적 공감은 교훈보다 뛰어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