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Wild Strawberries (산딸기) (Criterion Collection) (Black & White)(한글무자막)(Blu-ray) (1957)
Criterion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 7의 봉인>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져 연장선상의 주제의식을 풀어냈지만 현대극이기에 훨씬 더 세련되게 느껴졌다. 그리고 몇 시간전에 보았던 펠리니의 8과 2분의 1과 비슷한 구성을 전혀 색다르게 표현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꿈과 환상을 오가는 방식이 펠리니보다 훨씬 현실감 있고 수학적으로 딱딱들어맞는 느낌이었다.(펠리니의 상상은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예측불허한 환타지이다.) 그리고 삶에 대해 돌아본다는 주제에 이런 구성방식을 취한다는 것 역시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요즘은 고전 영화들을 보면서 영화적인 표현방식과 주제의식이 신기하게 와닿는다.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려는 한 의사가 그 여정 중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이다. 먼저 그는 떠나기에 앞서 자신의 꿈 속에서 죽음의 이미지와 부딪힌다.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을 앞두고 (혹은 위기) 자신을 돌아본다. 영화는 그것으로 서두를 땐다. 관에 누워있는 자기 자신을 보고 난 후 그는 지난 날의 삶을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했던 삶과 타인이 바라보았던 삶의 이미지가 부딪힌다. 그는 며느리와의 동행을 통해 자신이 어떠한 인물이었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며느리의 말을 곱씹어본다. 그리고 꿈을 통해 다시 과거로 이동한다. 자신과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약혼했었던 한 여인, 그리고 사촌들과의 추억들. 그에게는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다. 그 곳에서 약혼자와 같은 이름의 사라라는 아이와 그 일행과 우연히 만나 태우고 가면서 꼭 자신의 옛 연인을 이해하게 되는 식이었다. (그녀의 배신에 대한 분노는 나오지 않지만 죽기전에 기억 속의 그녀와 화해하는 느낌이다.)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뒤, 사고를 낸 부부를 태워가면서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는데 그와 그의 아내는 굉장히 불화했지만 그 얘기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마치 이 부부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주인공 이삭의 과거를 유추하게 끔 만든다.) 그들의 다툼을 바라본다. 주유소에서 시골의사였던 옛 시절도 떠올려보고, 자신의 어머니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자신의 아내와의 결별하는 사건을 꿈을 통해 바라보며 그것이 아내만의 잘못이 아님을 인정하게 된다. 며느리 역시 이삭의 아들에게 그와 꼭닮은 이기적인 모습들로인해 고통받는다. 그는 늦었지만 변화한다.

 

제7의 봉인에서와 같이 죽음에 대한 주제를 심도있게 다룬다. 사라의 친구들 중 한명은 신학생이고 한명은 무신론자다. 그들은 실제 다툰다. 무신론자의 모습속에 제7의 봉인 속 기사의 모습이 투영되어있다. 하지만 늙은 이삭은 그것을 바라보기만 할뿐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죽음의 문제에 대한 변주일뿐이다. 죽음과 삶의 부딪힘을 통해 인간의 실존과 성찰에 의미가 부여되고 직접적으로 주인공 이삭의 여정이 그 과정을 증명한다. 죽음 앞에 오만한 자는 없다.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두고 어떤 식으로 맞이할지를 정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젊었을 때의 치기어린 치고 받는 행동에 끼어들지 않는 이삭 역시 내적으로는 치열하게 반응한다. 그의 영화속에서 죽음은 하나의 중대한 사건처럼 여겨진다. 그 지점으로 부터 영화가 시작되고 끝난다. 그는 확실히 주제의식에 대한 탐구가 치열하다. 거장이라 불리울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