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Citizen Kane (시민 케인) (70th Anniversary Edition) (Remastered)(한글무자막)(2Blu-ray+Book) (2011)
Warner Home Video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차마 이 말을 쓰기가 뭐했다. 평소처럼 극찬을 해도 좋으련만. 낚는 멘트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한 건 사실이었기에 이렇게 적고 시작해 본다. 영화는 케인의 일대기적인 구성을 기자가 추적하는 방식을 따라간다. 주요 에피소드들을 나열하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로즈버드의 진실로 끝을 낸다. 영화는 평행적인 구성방식 속에서 추리를 통해 관객에게 전해주는 서스펜스가 떨어졌다. 또, 케인이라는 인물에 어떤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당연히 감정이입하기에도 부족했다. 그래서 지루하다라고 느껴졌던 것이다.

 

그에 비해 영화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에는 공감했다. 이때 감독의 나이가 25살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인생을 통찰하는 눈, 그것을 표현해 내는 능력 역시 중견 감독 이상이었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그저 한 인물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기 영화처럼 받아 들여졌다. 신문사를 차리고 권력의 핵심들을 공격하고, 약자의 편에 서고... 주지사 선거때부터 그가 변질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고유의 모습들이 들추어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불륜(의도적인지 알 수 없지만 영화의 흐름상 이미 이혼한 상태라고 생각하며 보게 되었다)을 무마하기 위해 상대편 후보와 타협을 하지 않는 케인. 그는 자신의 신문사에서조차 그 스캔들을 다룬다. 어찌보면 투철한 저널리즘이지만 동료가 떠올리기에는 그 행동의 이면의 진실은 그저 그만의 자기만족이라는 것이다. 케인은 다시 결혼을 하고, 정치를 포기한다. 다른 에피소드들을 통해 이젠 굳어버린 그의 삶의 습관들이 스스로의 무덤을 파가는 모습처럼 보여진다. 그는 단지 외롭기 때문에 사랑받고 싶은 그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선택했음을 영화는 폭로한다. 그리고 두번째 부인이 떠나면서 결정적으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케인의 모습과 남겨진 쓸쓸함을 부각한다.(장면이 너무 좋다. 딥포커스포와 광각렌즈로 기나긴 복도 끝에 서 있는 오손 웰즈의 모습이 무섭기보다 처량한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인간의 부정적인 일면을 강조하지는 않는다.(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볼 수는 있겠다.) 그도 그 시스템의 피해자이다. 그가 죽어가면서 외쳤던 <로즈버드>는 그가 어린 시절 즐겁게 탔었던(그의 어린 시절의 자유분방하고 쾌할한 모습은 가족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상기하자.) 썰매의 이름이었다. 그는 그 시절을 도둑맞은 것이다. 그는 평생 그 사랑을 돌려받기위해 노력했음을 영화가 끝나면서 보여진다. 결국 실패했던 한 인간의 모습을 보며, 그 씁쓸함을 느낀다. 마치 소셜네트워크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느끼는 허망함을 이 영화를 통해서 보게 된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걸작은 걸작이다. 이 시기에 할 수 없는 카메라 워킹(카메라가 이 시기에는 굉장히 거대했다고 한다.)과 화면 곳곳에 미장센(특히, 화면 멀리에 오손 웰즈가 서 있는 모습들)의 충만한 구성 역시 강렬했다. 다시 보고나서 왜 내가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했지라며 후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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