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의 시간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보라 토도로비치 외 출연 / 에이스필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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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지막 장면이 기억이 난다. 하나님에게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뜻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삼촌의 말. 공허하게도 주사위가 자신의 뜻대로 나오게 해달라니.


인생의 틀어짐은 이와 같다. 우리의 집착이 상황 가운데 최선을 선택하기보다 자신의 시야에 좋아 보이는 것을 선택한다. 마치 주사위가 자신의 뜻대로 나오기를 바라며 돈을 거는 것처럼. 비극적인 밑바닥 인생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되고 그 가운데 절망의 늪에 빠지고 생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영화는 정치적이지 않다. 단지 생의 악순환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보여준다. 좋아보이는 찰나를 가지는 것은 인생의 유혹. 잘못된 길은 결국 파멸로 이른다. 권선징악인 동시에 신에 대한 조롱의 면모를 지니는 인간의 삶의 양상. 음악이 구슬픈 건 인생의 아이러니가 터져나오는 그 감정선을 건드리기 때문이 아닌지 싶다. 특별히 이 영화는 경쾌한 부분들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성장영화인 동시에 드라마이며 복수극이고 뮤지컬인 에밀 쿠스트리차의 영화를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현진건의 <운수좋은날>의 정서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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