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의 어린 시절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 블라디미르 보고몰로프 외 출연 / 마루엔터테인먼트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반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차라리 서술하기 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전 영화들 중에서 외적인 플롯이 가장 강한 영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초점은 확실히 이반의 내면, 그리고 전쟁에 휩쓸린 인간의 내면을 따라간다. 특히, 치열한 전투장면보다는 인물을 따라가는 섬세한 카메라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그 카메라는 인물 내면에 깊숙히 들어가 그가 겪는 망상들-전쟁터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사람들(가족)과 그와 반대편에 있는 어린 아이의 순수한 동경, 사랑을 대조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물의 이미지가 강한데, 그는 언제나 위험천만한 강을 건너야 하며, 꿈속에서 거센 장대비를 맞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간직한 우물과 그녀의 죽음은 연관되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심지어 물위를 달린다. 이런 장면들은 상징성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그의 현실과 과거와 꿈을 이어주는 매개의 역할을 하며 장면전환을 효과적으로 달성한다. 또, 특이할만한 것은 어린 이반을 빼고 전혀 관계없는 인물, 마샤가 등장하는데 그녀 역시 섬세하고 여린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전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랑의 감정을 그녀를 보면서 느낄 수 있다. 그리움, 향수, 사랑, 포근함이 짓뭉개진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비참해지는 인간의 현실을 사실적이고 환상적으로 그려내는 타르코프스키의 시발점이 된 작품이다. 특히, 현시대의 참혹한 내면의 파탄은 마치 지금도 전쟁을 겪고 있는 상황보다 더 비참한 상황은 아닐런지. 한 쇼트 안에 담아내는 풍만한 정서와 내용과 미학이 뛰어난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