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이티 : 일반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헨리 토머스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서정적이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좋은 어감이지만 때로는 좋지 않기도 하다. '이 영화는 서정적이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 이게 현실성 없이 그저 그럴듯한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그래서 별로 좋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 단어다. 이티는 서정적이다. 하지만 욕은 아니다. 이티를 보는 순간 이런 장르에는 서정성이 꼭 가미되야 하는 요소처럼 느껴진다. 한밤중에 보기 시작해서 영화가 끝날때쯤에 잠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중간부터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봤다. 그렇게 박진감이 넘치는 영화는 아니지만(영화적으로 본다면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SF였다) 그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다.

 

어렸을 때 보았던 이티는 '구니스'라는 아이들용 어드벤처 영화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명화였다. 머릿 속에서 많이 잊혀졌지만 이 영화의 명장면-달을 지나가는 자전거 장면은 잊지 못할 장면이 되었다. 스필버그는 이미 영화내용뿐만 아니라 이미지 안에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달이 클 필요는 없을 텐데, 오바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영화의 내용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외계인의 등장도 그렇고, 아이의 순수성도 그렇다. 하지만 스필버그의 눈높이는 정확하게 어린아이들을 보고 있다. 아이들이 보고 푹 빠져 버릴 영화를 목표했던 것 같다. 그에 맞추어 외계인과의 우정이 그려지고 복잡한 플롯들이 단순하게 구현되어 있다. 컷이 그다지 현란하지도 않다. 모든 것이 자신의 관객에게 맞춰어 배려된 듯 만들어졌다. 감독이 아니라 신사다. 그는 관객의 욕구를 꽤뚫고 이를 구현한다. 자신의 욕심조차 억누른다.(그는 명장의 반열에 들고 싶어했지만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의 이전 작품들(사실 말아먹었던 작품들)은 작품성과 연출력이 탁월함에도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다.(조스를 찍을 때 그는  다시는 영화를 못 찍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이제 다양한 오락영화로 성공을 거뒀지만-그의 취향인 듯 하다- 하나 둘씩 영화를 만들어가며 관객과 자신과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 같다.(다양한 이야기를 시도하니까) 천재긴 천재다. 그리고 이티는 어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인 나의 마음 역시 흔들어 놓는다. 그 순수한 우정의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