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쓴 악마의 시 - 사랑을 너무 믿거나 믿지 않을 이들을 위하여
고니 지음, 은알 그림 / 노마드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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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인지 에세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스타일리쉬한 그림과 함께 적혀 있는 글귀들이 내 과거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들어서인지

오랫만에 감상에 젖어들 수 있었다.

저자의 통찰은 인간의 공통적으고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짚어준다.

천사와 악마의 존재가 내 내면에서 끊임없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살아가고

느끼는 과정을 절묘하게 표현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특정한 이야기-사랑에 포커스가 맞춰져 만남과 이별,

그리고 누구나 경험하는 사랑의 과정을 감각적인 단어들로 순간을 잡아낸다.

그래서 읽다보면 내 과거의 모습들, 환희와 기쁨, 절망과 아픔을 다시 꺼내어 느낄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옛사랑에 잠겨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인 것처럼.

그러나 사계절을 배경으로 나눈 챕터들이 조금 아쉽다.

그에 맞는 사랑의 과정과 디테일은 적절하게 잡아내지만

챕터 이상의 역할들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계절에 맞는 정서들을 끄집어 내었다면

(-새싹, 여름-더위, 가을-단풍, 겨울-)

좀 더 구조적인 재미가 있었을 텐데 필요에 의한 도구적인 설정에 그쳐서 아쉬웠다.

하지만 사랑얘기는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질 수 있는 정서기 때문인지 그에 대한 묘사들이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제 점점 가을의 문턱에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데 그런 선선한 가을에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단지 독특한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 역시 있다.

특히 예쁘지도 않으면서 애수에 찬 듯한 여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편의 유행가 가사, 에세이이거나 시인, 산문과 운문의 중간으로 이루어진

'천사가 쓴 악마의 시'는 그림과 글의 적절한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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