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천사의 시 SE - [초특가판]
빔 벤더스 감독, 브루노 간즈 외 출연 / 기타 (DVD)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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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인간의 내면을 들을 수 있다. 이를 전제로 인간의 소리를 듣고 그들을 돕는다. 그들에게는 시간의 유한함이 소용이 없다. 천지창조때부터 지금까지 그 속을 살아왔다. 불멸의 존재이자 전지한 존재로 그려지는 천사에게도 한 가지 부러운 것이 있다. 그것은 인간의 감정과 감각이다. 감정과 감각은 인간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부정적인 것이 될 수도 긍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영화속 인간들처럼 절망속에서 허덕이는 인간을 보면서 천사가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일까 싶기는 하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가 독일의 표현주의와 맞닿아 있다. 음울한 배경음악과 인간내면 속 고통, 단절, 대립이 지배하는 세계관. 이 영화는 단지 인간 실존의 불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천사가 바라보는 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의 시선은 흑백이다. 그들은 사랑의 감정을 알 수 없다. 그저 관찰자의 입장에서 살아간다. 그런 완전함에서 오는 결핍을 통해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한 천사를 영화는 따라간다. 그가 인간이 된 후, 컬러로 바뀐 화면 속에서 세상의 색상에 감탄을 하고 커피맛에 만족한다.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보며 인간의 고통을 즐거워하며, 자신이 바라보던 한 여자를 찾아 떠나간다. 그는 노정 중에 콜롬보를 찾아가는데, 그  사람 역시도 천사였다가 인간이 된 영혼이다. 순간순간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한 인간의 모습을 아름답게 여기며, 담배와 커피의 맛을 즐기는 그는 아직도 인생의 가치를 찾아 다닌다. 천사에게도 스스로 숨겨진 인생의 묘미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맛보라며 작별인사를 건낸다.

 

천사가 찾은 것은 사랑이었다. 한 여자의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 한 남자의 비이성적인 감정들을 그는 잊지 못할 놀라움이라 고백한다. 줄타기는 위태로운 것이지만 그 위를 걸을 때 얼마나 스릴이 있을까. 떨어지는 것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인간은 결국, 그 생각이 자신의 삶을 지배해 버린다. 지금 이 순간 그 위를 걷고 있는 짜릿한 쾌감-너무 감각적인 예지만-에 만족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서 또 다시 발견하는 인생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면 인생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예찬론적인 드라마는 아니지만 우리가 잊고 지냈던 것들을 감독은 들추어낸다. 특히, 아이가 아이였을 때로 시작하면서 본래적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영화는 시종일관 이야기한다. 어린 아이들은 유일하게 천사의 존재조차 볼 수 있을 정도로 영혼이 맑다. 순수한 영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이자 동시에 실존 인물들을 천사로 끌어들임으로 해서 현실적인 판타지를 영화안에 시도한다. 이제는 많이 잊혀진 오즈 야스지로와 프랑소와 트뤼포,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까지 그들이 천사였다는 것을 가정하며 영화는 끝난다. 영상이 유려하기보다 그 너머의 진실이 아름다운 영화다. 마지막 to be continued로 이 영화는 우리의 인생 속에서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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