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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택시 드라이버
마틴 스콜세지 감독, 조디 포스터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전 누가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가 물어보았다. 그때 딱히 뭔가 떠오르지 않아서 생각했던 영화들을 쭉 적어보았다. (한 70여편이 있었다.) 그 중에 이 영화가 들어있었다. 택시 드라이버. 예전에 자막이 없어서 그냥 보았던 영화였다. 그래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 영화가 전하는 느낌을 잊어 버릴 수 없었다. 오프닝에서 네온싸인의 색감들-화려한 붓터치의 명화를 보고 있는 듯한 미장센, 멜로인듯하지만 스릴러인 것 같은 음악, 그리고 드니로형님의 연기-연기라기 보다는 살아있는 인간 실존 자체였다-이 나에게 영화는 무엇인가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전에 보았던 영화들과 또 다른 기점을 만들어 낸 영화다.) 그 후 마틴 스콜세지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마감독님이라고 불렀다. 분노의 주먹, 예수 최후의 유혹,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등등. 인간적이고 남성적인 내면에 근거한 그의 영화의 감성들. 특히, 이 영화는 마감독님의 진수를 맛볼수 있는 수작중의 수작이라 생각되었다.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나의 내적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주인공의 내면. 그는 이 밤거리를 쏘다닌다. 붉은 색감이 주를 이루는 밤거리는 마치 핏빛처럼 느껴진다. 소통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심적인 상태와 상상, 미국 사회의 단면에 대한 불만이 내레이션으로 읊어진다. 거리의 이미지들이 공격적으로 들어온다. 그는 정신이상같다.(사회가 그를 격리했거나 그가 스스로 격리된 것이지만 무엇이 맞다할 수는 없다.) 그가 여자를 사랑하는 방식은 외로움의 발현일 뿐이고 집착하는 것은 그가 의지할 데가 없어서이다. 삶의 회의감이 찾아올 무렵 그는 그의 사명을 발견한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 그것으로 자신의 삶은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바뀌고 싶어서라기 보다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꼭 누군가를 구원하고 싶어 안달하는 것 같다. 그럼으로 스스로가 구원을 얻고자 한다. You are talking to me. 손에 권총을 들고 반복하는 드니로 형님의 대사. 정화해야할 쓰레기들이 넘치는 세상. 정의란 무엇인가(요즘 마이클 센델의 강의를 시청하고 있다)와는 기묘하게 다른 그의 정의.('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꼴리니코프의 고뇌와 비슷하다.) 바로잡아야할 정치인들이나 길거리의 한량과 매춘부들이 무엇이 다른 것인가. 그 속에 그 역시 루저 중 하나일뿐. 그는 이 세계에서 꿈틀댄다. 다만 그가 죽인 인간이나 그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피해자의 얼굴을 한 체로. 억압과 구조의 모순, 인간 개체 자체의 아이러니. 마치 영웅적으로 그려지는 그의 후반부는 관객에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진다. 그의 삶은 변한 것이 없다. 초반과 마찬가지로 밤거리를 방황하는 드니로. 변하지 않는 내면의 고독감. 묘하게 얽혀 있는 영화 속 현실과 실제, 주인공의 내면과 일반 대중. 딱히 무엇이 주제의식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톱니바퀴의 맞물림처럼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지금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보고 싶어진다. 시비걸면 죽여버리고 싶어하는 본성이 어느 편에서는 정의로 추앙받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잠이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