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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맛이 있다. 어떻게 보면 따라가는 인물의 변화로 인해 사건의 실체에 근접해 가는 듯 보이면서 그 뒤에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어떤 방법론적인 서술방식이 효과적으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그래서 재미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보여지는 일본 사회의 단면과 여러 사람들간의 이해관계 그리고 인물의 입장들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유기적인 관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것은 사실이지만(그리고 저자는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엔딩에서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는 너무나 급작스럽고(중간에 그에 관련된 어떤 단서도 없다) 허황되어 허탈하게 만든다. 휴머니즘의 극치인가 아니면 한 생명의 가치를 보여주려는 것인가? 어떤 의미를 선택하더라도 마지막 부분의 결말은 와닿지 않을 것 같다. 결말을 드러내는, 그리고 그 지점에 무언가를 담아내려는 저자의 의도가 있었다면 조금 더 섬세하게 그리고 세밀한 연결지점을 통해 효과적으로 결말을 향해 다가갔으면 더욱 좋았을 소설이었다. 현실 속 인간이 절망 속에서 과연 다른 사람의 생명의 가치를 위해 굴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그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소설의 완성도 면에서 차라리 아내와의 관계에 대한 반전이나 다른 얘기들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처음과 끝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더 안정적인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웠다. 그리고 지금 현대사회의 계층적 구조의 모순과 경직된 체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결국 이 소설은 사회파 추리소설의 계보를 잇는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