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더 리더>라는 영화가 오래간만에 애태우는 마음을 가지고 본 영화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들이 처음 만나 가까워지고 사랑을 나눌 때의 두근 거림,
그리고 한나가 떠나고 세월이 훌쩍 지나 재판장에서 만났을 때의 안타까움,
그리고 마이클 혼자 만이 알고 있는 진실을 밝히지 않았을 때 느꼈던 원망스러움,
그리고 한나에게 책을 녹음한 테잎을 보내줄때 다시 시작되는 애틋함,
그리고 한나가 가석방을 남기고 자살할때 느껴졌던 원망과 좌절감...
이 이야기가 훌륭한 이유 중에 하나는 다른 시각에서 아우슈비츠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것은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커다란 죄악이지만 거기에 얽혀 있는 누구조차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인간에 대한 연민, 그리고 그 여성도 사연을 가진 한 사람이었을 뿐이란 사실.
정치적이나 도덕적,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한나에 대한 애틋한 감정은 그녀가 했던 잘못을 부인하지도 않으며 단지 그녀가 읽지 못하는 것 자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을 때 그녀에게 내려진 처벌이 옳은 것인지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실제 많은 딜레마들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죄를 감추기 위해 그녀를 이용하는데도 말이다. 그로 인한 동정심과 애정 하지만 그것에 대해 추궁하는 마이클의 입장, 그리고 그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녀,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 이 모든 것들이 얽혀 있어 영화는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자아낸다.
독일의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얼토당토하지 않다.
이 영화는 그 문제보다는 한 사람의 내면,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