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 : 스페셜 에디션 (2disc) - True Classic
마이클 커티즈 감독, 험프리 보가트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카사블랑카는 실제 보지는 못 했지만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그 내용이 어떤지, 어떤 장면들이 있는지, 그리고 심지어 카사블랑카 시나리오 분석자료까지도 본적이 있었다. 게을렀다고 밖에 변명할 거리가 없지만 난 오늘에서야 이 영화를 보았다. 너무 익히 들었던 명성에 비해 그다지 확 와 닿지는 않았지만 멜로라는 장르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전 영화들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등장인물의 사정을 서서히 드러내거나 가려놓으면서 관객에게 전달되는 서스펜스를 TV드라마에서 가장 적절하게 활용한다는 점이다. 카사블랑카도 역시 비슷하지만 새로운 인물을 통해 신선한 긴장감을 야기한다. 릭이라는 인물은 마치 하드보일드한 남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띤다. 또, 한 여자를 잊지 못하는 것도 어느정도 기존 문학들에서도 보았을 법하다. 릭의 특이점은 영화에서만 보일 수 있는 겉과 속이 다른 오묘한 지점에 서있다. 내뱉는 말과 속마음이 상반되어 영화를 통해서 전달되는 릭이라는 인물은 문학이 따라갈 수 없는 입체감을 동시에 표현해 낸다. 그리고 그로 인해 엇갈림이 순차적으로 생긴다. 밀고 당기기가 아니라 간절히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안타깝게 연결될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진다. 관객은 마지막에도 일말의 기대를 갖는다. 하지만 사랑의 도피를 꾸밀 듯한 릭의 행동들이 결국 반전되며 일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의 예측을 벗어나면서 지고지순한 전형적인 캐릭터를 탈피하며 뇌리에서 그 사랑의 절절함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랑의 낭만적인 면모를 여지없이 보인다. 옆에 있다고 그 사랑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그 여자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 희생적인 사랑. 이것은 영화가 끝나도 평생 갈 사랑이다. 결코 만나지 못하더라도. 관객의 뇌리에서도 지워지지 않기에 이 영화가 명작의 반열에 올라가는 것 같다.

 

일사의 캐릭터 역시 독특하다. 사정을 드러내지 않는 마치 한국 여인 같은 캐릭터.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랑하지만 말할 수 없었던 이유가 나중에 폭발할 때쯤 관객의 마음도 동시에 치밀어 오른다. 아! 이런 사정이 있었구나. 그녀는 역시 그냥 떠난게 아니었어. 그리고 다시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간절히 바라면서 바라보지만 엇갈릴 수 밖에 없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그것까지 뛰어넘으려는 절규. 해피엔딩은 쉽게 잊혀져도 가슴의 상처는 계속 남아 있는 것처럼 그 안타까운 사랑의 기억 역시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런 요소들이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들면서도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카사블랑카. 이국적인 분위기와 현실을 적절히 녹여낸 수작이다. 생각해 보니 나는 잉글리쉬 페이션트 같은 로맨스를 좋아했다는 것이 다시 떠올랐다. 이런 것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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