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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알 유희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4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평점 :
헤르만 헤세는 충분히 인간 내면적인 이야기를 소재삼아 그것을 물질로 구현하는 대가다. 유리알 유희를 읽으면서 어떻게 보면 피폐한 물질문명의 반동으로 만들어진 유리알 유희라는 세계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섬세하게 고찰해 나간다. 이것은 시대에 대한 반동이다. 정신이 물질화되고 중요한 위치에서 멀어져 감에 따라 그것을 예술이라는 형태로 완벽하게 재현해 내며 전승하고 사람들을 풍요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접근한 드라마다. 하지만 주인공이 내리는 결론처럼 그것은 언젠가 무너져버릴 성을 더 단단하게 올리고 있는 한심한 모습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리알 유희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라기보다 이 세상과 융합하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자신이 명인의 위치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변화시켜나가는 것. 그일에 희생하는 것이다. 카스텔리안을 떠난 주인공의 죽음이 마치 구도자의 희생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 때문이지 않을까. 나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구하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해주었다. 어떻게 이런 복잡한 세계관을 물질화시켜서 마치 공상과학소설처럼 풀어낼 생각을 했을까 가히 놀랍기만 하다. 그의 소설의 정수를 맛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