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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이웃 편 ㅣ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케다 가요코 지음,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8년 6월
평점 :

이 작은 책을 출판하는 것이 나의 '전지구를 생각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방법이었는데, 그 활동의 반응은 상상도 못했을 만큼 대단했다. 이것은 세계를 움직이는 큰 힘 앞에 개인 따위란 아무런 힘도 없다는 믿음과는 반대로, 이 마을을 사랑할 줄 아는 우리가 결코 무력하지 않다는 조그만 증거가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도 세계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꾸지 않으면 변화되지 않았다. 그것이 희망의 방식임을 우리는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던 것이다.
영어로 된 이 인터넷 게시판 글은, 1990년 5월 31일자 미국의 몇몇 신문에 도넬라 메도스가 쓴 칼럼 '마을의 현황 보고'를 기초로 쓴 글이다. '마을의 현황 보고'는 메도스가 연재한 글 중 한 편으로, 연재되었던 모든 글들은 책으로 출판 되었는데 '세계 시민'(The global citizen) 이라는 이 글만 수록되지 않았다. 그것을 아쉽게 생각했던지 스탠퍼드 대학의 필립 하터가 이 글을 자료로 정리해 몇몇 친구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인터넷 게시판 글이 여행을 떠나는 출발점이었다.

세계가 만일 1000명의 마을이라면……

584명은 아시아 사람
123명은 아프리카 사람
95명은 동서 유럽 사람
84명은 중남미 사람
55명은 소비에트 사람
(리투아니아 사람,라트비아 사람, 에스토니아 사람 등을 포함)
52명은 북미 사람
그리고 6명은 호주 사람과 뉴질랜드 사람

마을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터놓는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
165명이 중국어로 말하고
86명은 영어를
83명은 힌디어와 우르두어를
64명은 스페인어를
58명은 러시아어를
37명은 아랍어로 말합니다.
이것은 겨우,
1000명의 마을 사람 중 500명 남짓 되는
사람들의 모국어만 살펴본 것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이 쓰는 말을
숫자가 많은 차례대로 보면
뱅골어, 포르투갈어, 인도네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한국어……
이렇게 약 200가지가 넘는 말이 더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300명이 기독교
(183명이 가톨릭, 84명이 프로테스탄트,33명이 그리스정교)
175명이 이슬람교
128명이 힌두교
55명이 불교
그리고 47명이 토속신앙
(나무나 돌 같은 데에도 생물처럼 영혼이 있다고 믿는 종교)을 믿고 있습니다.
나머지 210명은 그 밖의 다양한 종교를 갖고 있거나
무신론자입니다.

1000명의 마을의 3분의 1(330명)은 아이들입니다.
그들 중, 반은 홍역이나 소아마비같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병에 걸려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 중 60명은 65세가 넘은 노인입니다.
결혼한 여성 중 피임약이나 피임기구를 쓰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됩니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아이가 28명씩 태어나고
10명이 죽습니다.
그 중 3명은 굶어 죽고, 1명은 암으로 죽습니다.
2명은 첫돌이 되기 전에 죽습니다.
이 갓난아기 중 1명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지만 아마 아직 병이 들기 전이겠지요.
이 마을에서는 28명이 태어나고
10명이 죽어가는 것입니다.
내년에 이 마을 사람들의 수는 1018명이 될 것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1000명 중 200명이
마을 소득의 4분의 3을 벌고 있습니다.
다른 200명의 수입은
마을의 소득 중에서 겨우 2%입니다.
70명밖에 자동차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 중 몇 명은 혼자서 2대 이상을 갖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 중 약 3분의 1이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마을의 어른들 670명 중 절반이
글도 읽지 못합니다.

이 마을의 땅을 모두 나누면
1명마다 6에이커의 땅이 돌아갑니다.
마을의 땅을 다 합친 6000에이커 중에서
700에이커는 논밭입니다.
1400에이커는 목초지,
1900에이커는 숲입니다.
나머지 2000에이커는
사막,툰드라,포장도로
그리고 쓸모없는 땅입니다.
숲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대로 쓸모없는 땅이라든가
황무지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밖의 땅은
어렵사리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화학비료의 83%가
40%의 논밭에 뿌려집니다.
이 토지는
가장 부자인 270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화학비료는
호수나 우물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17%의 화학비료가 뿌려지는
나머지 60%의 논밭에는
전체 곡물의 28%가 재배되고
730명이 이것을 먹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곡물의 평균 수확량은
부자들의 논밭에서 나오는 것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계가 만일
1000명의 마을이라면
군인은 5명
교사는 7명
의사는 1명 있습니다.
마을의 1년 예산은
300만 달러를 조금 넘는데
18만 1000달러는 무기라든가 전쟁에,
15만 9000달러는 교육게,
13만 2000달러는 의료비로 쓰입니다.

이 마을은
마을을 몇 번이나 산산조각낼 만큼의
핵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을 겨우 100명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마을 사람들 900명은
그들이 잘 관리를 할 수 있을까
만약 부주의해서라든가 기술의 흠으로
핵무기를 발사해 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혹시라도 그들이
핵무기를 폐기하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위험한 방사능이 들어 있는 핵폐기물을
마을의 어디에다 버릴지
매우 걱정하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 북마크
P.58
이해인 제 마음에 와닿는 구절 가운데 이 책의 메시지를 잘 전해주는 구절이 있어요.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모여사는 이 마을에서는 당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일들을 안다는 것이 가장 소중합니다.'
평소에도 많이 들었던 평범함 말이지만, 이런 것들이 안 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P.68
이해인 저에게도 수도원에 살면서 주어진 것들이 참 많답니다. 비온 뒤에 햇빛 한 자락에도 고마워하고, 바람에 나뭇잎이 스쳐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황홀해합니다.
P.78
한비야 세계여행 중 오지를 다닐 때 아주 작은 도움이, 예를 들면 내가 갖고 있던 마이신 한 알 같은 것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건네졌을 때 얼마나 큰 도움으로 바뀌는지 자주 보았다.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놀랐다. 내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크고 소중한 것이 되고, 그 때문에 그 사람이 너무나 고마워한다는 사실에, 그리고 내게 뭔가 굉장한 일을 한 것같이 가슴 뻐근하도록 기쁘다는 사실에 나는 나눈다는 것이 꼭 무엇인가 많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P.86
한비야 그런데 뭐가, 어떻게 잘못되었기에 굶어 죽는 고통을 당해야 하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없어서도 아니고, 모자라서도 아닌데 말이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말처럼 나눌 줄 모르기 때문이다. 왜 모르는가?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모범으로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을 돕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고 몸에 배여야 한다.
P.115
'100명의 마을'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을을 사랑하는 일을 안다'라는 희망적인 여운을 남긴다. 물론 여기서 '마을'이란 지구를 가리키고 있으며, 특정한 나라나 국가와 정부를 지칭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을 사랑하기는 어렵다. 또 이 지구라는 혹성의 모든 장소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령 여러 장소에 여행한 적이 있다 해도 자신이 자란 곳이나 살고 있는 곳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을 만들면서 e메일에 나온 숫자들을 다시 확인하고 정리했는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숫자들이 나왔다. '100명의 마을'에 나온 숫자가 맞는 것도 있었지만 조금 고치는 쪽이 더 나은 숫자도 있었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태어났는지 알 수 없는 숫자도 있었다.
원래 e메일에 나온 '100명의 마을'은 10년 전부터 생긴 것이어서, 인구를 100명으로 환산하는 도중 네티즌의 생각이 끼어 들어간 부분도 있어서 꽤 틀린 부분이 있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여러 통계 자료들도 지금 알 수 있는 '100명의 마을' 숫자일뿐이다.
다만 거기에서 이런저런 세계의 현실과 여러 차원으로 '벌어지는 차이'가 분명히 있다. 숫자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며 살아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또한 스스로 나서서 그 숫자를 조사해 미래의 '100명의 마을'숫자를 찾아보길 바란다.
#외국에세이 #삶의지혜 #세계가만일100명의마을이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