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대화한다 - 유쾌하고 진지한 가족 소통 보고서
나카야마 준지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유쾌하고 진지한 가족 소통 보고서]

43살 아빠와 13살 딸이 벌이는 90일간의 대화 프로젝트 




프 롤 로 그


계속 대화하지 않으면 악순환에 빠진다

​별말없이 지내니까 고민도 문제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계속 그런 상태로 놔두면, 관계는 악순환에 빠진다.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대화를 되찾기 위한 계기를 만들려고 애썼다. 

어느 날, 딸아이의 말 한마디가 우연한 계기가 되어 우리의 관계는 급변하게 되었다.

충격적인 한 마디 "아빠, 나 고백 받았어"


이유를 물어보니 "아빠는 냉정하게 내 얘기를 들어줄 것 같아서"라는 게 아닌가.

"이렇게 아빠한테 말해줘서 고마워. 근데 남자친구 얘기 말고 다른 얘기도 한번 해볼까? 좀 갑작스럽기는 해도, 평소에 잘 안하는 얘기를 둘이서 탁 터놓고 해볼래? 토요일 아침에 밖에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얘기하는 건 어때? 일주일에 한 번쯤이면 크게 부담도 안되고, 어때?"


그러자 딸아이가 "좋아"하고 대답했다. 의외로 시작이 순조로운데?


사춘기 딸과 마주 보고 이야기하기란 만만찮다

​이것을 계기로 매주 토요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아빠와 딸이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는 프로젝트ㅡ이름하여 '솔직 토크 3개월 프로젝트'ㅡ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아직 동이 훤히 트기도 전인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에 문을 여는 고메다 커피숍에 11월부터 1월까지 석 달 동안 매주 다녔다. 딸은 졸린 눈을 비비며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아빠랑 얘기해야 해?" 하며 투덜대긴 했지만 다행히 싫어하는 기색은 없었다. 


직접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물론 그 대가로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급기야 엄마와 할아버지까지 신이 나서 끼어들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인 만큼 평소에는 잘 일야기하지 않는 주제: 연얘관, 인생관, 진로와 장래 목표, 친구 관계, 삶의 의미, 살면서 후회한 일, 삼과 죽음 같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엄마가 끼어들더니, 급기야는 할아버지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부모라고 가르치려 들지 않고, 아이라고 주눅 들지 않으며, 그저 있는 그대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몇 번이나 웃음이 터졌고 때로는 눈물도 흘렸다.


딸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는 아빠들이 이 책을 읽고 대화를 풀어 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_나카야마 준지




+ 북마크


p.40

아빠  구, 구체적으로 아빠의 어떤 행동이나 말투가 그런데?

  엄청 많아. 음, 아빠가 나한테 자꾸 달라붙잖아? 귀엽다고 너무 그러는 것도 싫어. 날 부를 때도 그냥 사오리야, 하고 평범하게 부르면 되는데, 왜 자꾸 '샤오리','사오린' 하고 이상하게 이름을 바꿔 부르면서 달라붙는 거야? 다 큰 어른이 자꾸 그러는 거, 그런게 오글거린다는 거야. 우리집 같은 집은 어디에도 없어.

아빠  그건 아빠 나름대로 애정 표현을 하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별로 기분 좋지는 않아. 또 목욕하고 나서 옷도 제대로 안 입고 거실에서 돌아다니는 거 그만 했으면 좋겠어. 안 그래도 똥배가 볼록해서 꼴불견인데, 난 여자애니까, 조금은 생각해달란 말이야.

아빠  미, 미안해….

딸  또 운동회나 수업 참관 같은 행사 때, 학교에서 날 보면 무지하게 크게 웃으면서 손을 막 흔드는 것도 정말 창피해. 옆에 있는 친구들이 살짝 자리를 피할 정도였다니까.

아빠  멋진 아빠라고 생각했을지 몰라.

  무슨 소리야! 그리고 재채히할 때도 그냥 에취, 하고 남들처럼 하면 될 텐데, 우에에엣치! 으아아앗치! 하잖아. 그럴 땐 바보 같아 보여. 내 관심을 끌려고 그런다는 거 빤히 보여. 근데 하나도 안 웃겨.

아빠  … (진심인 거 같군…, 날 정말로 싫어하는 거야….).

  그런 거 전부 다 합쳐서 오글거린다고 하는 거야. 아빠가 날 무척 좋아하는 건 알지만, 그냥 보통 어른처럼 대해줬으면 좋겠어. 부탁이야. 좀 침착하고.

아빠  으음, 미안해….


 

p.35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부모가 이러쿵저러쿵 간섭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내가 바라는 건 사귈 가치가 있는 남자를 만나 상처받지 않는 것, 올바른 남자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인간을 관찰하는 힘을 키웠으면 하는 것이다.


p.54

아이들이 먼저 꿈을 포기하는 걸까, 아니면 어른들이 포기하게 만드는 걸까? 애초에 꿈이 있엇다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걸까?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포기하도록 어른들이 알게 모르게 압력을 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p.58

딸  응, 시나리오 하나 쓰는 데 1년 넘게 걸린다거나, 유머 담당, 감동 담당, 그렇게 각 팀이 역할을 분담해서 다 같이 완성한다는 얘긴 정말 의외였어. 그렇게 해서 그런 멋진 스토리가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나도 그냥 보고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스토리를 만들어서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야.


p.59

아빠  (내가 그런 걸 읽으라고 했나?) 어떤 명언인데?

  마음에 남는 말이 몇 개 있었는데, 음 이런 거…. (책을 꺼내더니 표시해 둔 곳을 펼친다.)


도전해서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라 _혼다 소이치로

재산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다.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다.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 _괴테

인생이란,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것과 헛되이 사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_헬렌 켈러

남의 말에 신경 쓰지 마라. "이렇게 하면 남들이 뭐라 그럴 텐데…." 이런 하찮은 감정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죽었을까 _존 레논


p. 65

아빠  체험이란 건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 거야. 이것저것 맛만 본다는 정도로 가볍게 해도 상관없어. 그렇다고 네가 지금 좋아하는 게 나중에 도움이 된다거나 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하잖아?

  응. 그런 건 생각한 적 없어.


p.86

아빠  자신의 단점이나 실패를 남들 앞에 털어놓으면 그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예야. 단점을 피해 도망가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거지. 일단 받아들인 다음에 마음속으로 길들이는 거야. 단점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노력은 한다는 거야.

  나도 노력할 거지만 아빠도 그래야 해. 알았지? '이론만 따지는 과잉 우등생' 아빠, 잊어버리면 안 돼!

아빠  알았어….


p.92

설령 딸이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좋아하고 목표로 삼겠다고 해도, 그건 본인의 자유니까 존중할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의견을 말할 때는 올바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면서 의견을 나눈다. "정말 내 평생소원이야" 같은 식의 말은 어림도 없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p.117

  그런가? 유학에서 얻은 사고방식이 뭔데?

아빠  항상 자신의 의견을 가지는 것나만의 생각을 가지는 것.

누구도 그런 생각을 가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걸 필요로 하는 사회야.

  예를 들면 어떤 거야?

아빠  예를 들어 자살이 허용되는지, 허용되지 않는지에 대해 토론한다고 생각해봐. "넌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데 아무 대답도 못 하면 생각이 없는 바보 취급을 당하지. 그건 꽤 굴욕적이야. 일본에서는 "저 친구랑 같은 생각이야","다른 사람 의견에 찬성해"라고 말하면서 피해 갈 수 있겠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남들이랑 다른 생각을 가져야 한단 말이야?

아빠  아니, 이유가 있으면 생각이 같아도 괜찮아. 그럴 땐 "난 이런 이유로 그 의견에 찬성해" 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거나, 누구도 보지 못한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으면 '얘, 굉장한데' 하고 생각하지.

  그렇구나.

아빠  자신의 생각이 없다는 건 경멸의 대상이 되는 거야

​딸  바보 소린 듣고 싶진 않아.


p.122

딸은 분명한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재미있다는 이유로 영어 과목을 좋아하는 것 같다. 외국 생활을 하고 싶어 할거라는 생각은 단순한 내 착각이었다. 이번에 느낀 건데, 그래도 영어에 관해서는 아빠를 인정해주었다. 평소에는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지만, 이렇게 좋게 생각해주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어 다행이다.


p.191

아이들에게느 스스로 생각은 하는데 답은 못 찾고 계속 고민하는 문제가 있지만, 그것을 함께 생각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경우가 많다. '공부하는 목적', '불투명한 미래', '어른이 되는 불안', '하고 싶은 일을 못 찾는 초조함' 같은 문제들이 그렇다.

중학생과 술잔을 주고받지는 못하겠지만, 주스를 마시면서 '어른의 대화'를 할 수도 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마음만 있다면 오늘부터라도 바로 이야기할 수 있다.


P.226

후회란 가장 말하기 어려운 주제이면서 동시에 가장 진심이 잘 전달되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접적인 애정표현도 된다. 이런 이야기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후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애정의 표현인 것이다.


P.236

할아버지 사오리 네 존재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야. 넌 우연히 태어난 게 아니고, 많은 사람의 의지와 희망 끝에, 꼭 태어나야 해서 태어난 거야. 앞으로도 그걸 잊으면 안 돼.


p.238

할아버지  어떤 것이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흥미로운 걸 발견할 수 있어. 지금은 상식이 된 것이 어떤 경위로 그렇게 됐는지 조사해보면 재미있지. 역사를 배우는 의미는 그런 거야.

  역사 같은 과거의 일은 의미가 없고, 중요한 건 미래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할아버지  과거를 배우지 않으면 올바른 미래는 없어.

딸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좀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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