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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육신적 교회 - 탈육신 시대에 교회의 역사성과 공공성 회복하기
마이클 프로스트 지음, 최형근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10월
평점 :
성육신. 기독교인이라면 아주 익숙한 단어다. 하지만 자주 사용하진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만이 아니라 교회마저도 성육신을 따로 챙기지 않는다. 예수가 인간들과 함께 하려고 오신, 즉 성육신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주간을 보내지만 이 단어에 대한 의미있는 묵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간신히 존재가 기억되는 '사어'로 취급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 책은 성육신을 재조명했을 뿐만 아니라 발굴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가치있는 도서다.
영어 원제 'Incarnate' 아래 쓰인 부제, 'The Body of Christ in an Age of Disengagement'를 보아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처음부터 몸(Body)을 통한 구체적인 신앙에 방점을 찍는다. 자신의 의도를 명료하게 보여주기 위한 저자(마이클 프로스트)의 진행방식이 재밌는데 성육신의 반명제인 탈육신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그가 주장하는 탈육신이란 곧 현대사회를 이루는 문명의 기저인 이원론과 동일하다 볼 수 있는데, 이것으로 몸과 영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서구적 사유의 한계를 드러내려 노력한다(p.70).
영혼을 없거나 들러리로 치부하고 몸의 욕구만을 따르는 세속, 몸을 천대하고 더러운 것으로 보는 교회. 이 책은 바로 이곳에서 일침을 가한다. 방향은 다르나 모두 우리의 몸이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도록 조장했다는 것이다. 일종의 신플라톤주의의 영향력이 예수와 성경이 말하는 몸의 가치를 격하시켰다고 주장하는데 무가치하게 여겨지는 몸이라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신학의 흐름 속에서 몸으로 행하는 신앙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다양한 해석을 이행해야한다고 보는 저자는 '영적인 몸(p.192)'이라는 다소 익숙하지만 낯선 개념을 내놓아 제 삼의 방향을 보여준다.
마이클 프로스트는 '몸'을 대상화시키는 현대인들의 문화양식에서 탈피하자고 설득한다. 그는 우리의 몸이 맺는 사람관계와 경험하는 실제세상과 멀어지게 하던 탈육신의 세상에 교회가 보냄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사회가 진정한 실존적 의미를 찾도록 돕는 소명이라 한다. 곧 성육신을 의미하는 이 개념은 그러기에 곧바로 기독교인들에게도 물음을 던진다. 복음은 적을 식별하고 처벌하며 마침내 역사를 벗어나도록 돕는 방법이 아니라 역사를 진정한 목표에 도달하도록 이끄시는 하나님의 활동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이다(p.330).
따라서 그가 공동체와 이웃에 대한 희망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흔들리는 세계에서 인내하고 평화를 외치며 고난을 함께 견디는 예수의 몸, 곧 교회가 역사성과 공공성의 신앙을 지닌 공동체로 서야한다는 그의 시선은 그립기까지 하다. 폭력과 배제, 불의와 혐오의 결과로 죽은 예수. 그가 역사적으로 부활했다고 믿으며 또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교회공동체의 신앙은 그러기에 예수를 닮아 '몸의 신앙'이 되야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으며 도전적이기까지 하다. 새로운 세상을 꿈꿀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믿으며 그 계획에 지속적으로 동참하는 공동체가 이 사회에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