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침묵보다는 불편한 외침을 - 신학자 칼 바르트와 1906-1968의 정치
프랑크 옐레 지음, 이용주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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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0년도 채 지나가지 않은 인류의 어두운 사건들 한복판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토대로 깨어 있는 동시대성'을 가졌던 신학자, 칼 바르트에 관한 연대기를 담아낸 책이다. 서문을 제외한 각 장은 시간 순으로 배열되어 독자에게 역사의 흐름을 상기시켜줄뿐만 아니라 바르트 자신이 마주했던 각각의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를 간략하게 살피도록 도와준다. 바르트를 처음 접하면 고농축의 설명이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호흡이 불편해 한 사상의 변천사에 관한 전체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을 동시에 얻는 가능성을 놓치기엔 아쉽다. 그러니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함이 마땅한 책이다.

부록과 주석을 빼면 200면도 넘지 않는 역시 짧은 책이라 빠르게 읽는데만 집중한다면 바르트의 삶을 변호하려고 쓰인 책처럼 보일 수도 있다. 바르트가 마주한 역사적 쟁점 속에서 항상 그가 지독하게 오해받아왔음을 증명하려는 잦은 시도로 글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인데 이러한 틀로만 읽어내기엔 무리하다. 왜냐하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사료들과 인용구들이 도리어 해묵은 오해를 털어내려는 저자의 의도와 노력을 반증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르트를 변호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사상의 요체와 진수가 남겨지기를 바라는 의지를 질 좋은 고밀도 자료로 보여준다.

자료들은 역사 한복판의 바르트가 하나님 외에 어떤 것도 절대화 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음을 알린다. 유행하는 정치적 이념들을 하나님의 뜻이라 추앙하던 교회와 신학을 비판하는 동시에, 악에 저항하지 않고 외면하는 안락함과 두려움도 큰 위협이라 주장했던 바르트는 당시 많은 이들의 반감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이데올로기적인 정치, 정치의 종교적 절대화를 끊임없이 반대했던 반 세기 전의 신학자의 유산은 여전히 '절대화'된 현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더욱 귀하다. 여전히 날카로운 비판과 그가 품은 하나님나라 소망을 고찰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리스도인의 양심을 깨우기에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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