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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ㅣ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0
이유미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2년 3월
평점 :
여덟 살 아홉 살 적 꿈은 동물원 사육사가 되는 거였다. 좋아하는 동물들과 마음껏 같이 지낼 수 있다니 그것보다 좋은 직업은 없어 보였다. 동물들을 좋아하는 데에 이유는 필요 없었다. 눈을 맞추고 온기를 나누기만 해도 좋았으니까. 어떻게서든 동물들을 옆에 데리고 싶었고 병아리, 열대어, 햄스터, 거북이, 토끼 등 많은 동물들을 번갈아 키웠다.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그 당시 나는 동물들을 좋아하기만 했지 존중하고 책임지는 법은 몰랐다. 그들을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으로 대했다. 어떤 게 그들을 위하는 것인지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는 생각하지만, 내게 와서 제대로 된 환경에서 살지도 못했고 천수를 누리지도 못했던 그 생명들은 많이 힘들고 괴로웠을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키웠던 햄스터들은 지금도 이따금 꿈에 나온다. 꿈에서 그들은 항상 엉망인 톱밥 속에서 밥도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고, 그걸 보고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잠에서 깬다.
그들도 행복하게 함께 살 권리가 있었음에도 나는 알지 못하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들에게 줄 방법이 없었다. 그게 온전히 나만의 잘못이었을까. 어린 나에게 동물들을 존중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준 어른이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도 친척 어른도 학교의 선생님들도 모두 다. 대부분의 어른들에게 동물은 그저 묶여있고 갇혀있다가 언제든 사라지고 죽기 쉬운 것이었으니 그들 밑에서 배우며 자라난 내겐 '동물들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한 태도와 방식에 대해 성찰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아이가 키우고 싶다고 조르면 마트에서 사와 기르다가 감당하지 못하겠거든 모르는 사람에게 줘버리면 그만이었던 어른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었을까.
동물교감에 관심이 있고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 만나자 우리] (by 이유미) 를 읽어봤을 을 거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한 번 읽기를 추천한다. 읽고나면 책 속의 이야기와 깊은 감정들이 표지 속 그림이 다 말해주어서 표지만 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이 책엔 동물교감전문가 이유미님이 무지개를 건넌 반려동물들과 교감하고 그의 반려인들과 나눈 이야기가 담겨있다. 동물들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가득한 책을 쓰는 사람의 책은 뭔가 다른데, 이유미 작가님이 이번에 신간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을 내셨다. 제목 그대로 반려동물과 함께 하기 위해 가져야 할 기본적이지만 아주 중요한 것들을 알려주는데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게 아니다. 동물들을 향한 작가님의 마음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동물들과 함께 하는 삶이란 축복받은 삶인 동시에 반대가 되기도 한다. 떠나보내고 난 뒤에 남는 후회가 크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때 더 잘해줄 걸, 그때 왜 그러지 못했을까, 왜 더 잘 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같은 짐을 미리 덜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동물과 살기를 꿈꾸지만 '동물의 권리는 무엇이고, 반려동물과 어떻게 행복한 삶을 꾸릴 수 있는지'를 아직 고민해보지 못한 어른들과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반려인과 반려동물 모두를 위한 '책임과 존중'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기회를 마련해 줄 거라 기대해본다.
이 책은 어릴 적에 받은 상처들을 조금은 아물게 한다.
'털 날리는 짐승과는 같이 살 수 없다, 냄새 나니 버리라라는 어른 말고, 반려동물과 함께 살 경우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과 책임감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도록 하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곁에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달래준다.
20년 전의 나는 읽을 수도 들을 수도 없었던 이야기를 지금 아이들은 알 수 있다니 천만다행이다. 꼭 필요한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는 작가님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반려동물과 살고 싶다는 아이가 있다면 한 권 꼭 선물해주고 싶다. 조카와 침대 위에 누워 한 챕터씩 읽고 싶은 책인데 아직 조카가 없다. 사실은 어릴 적 나에게 가장 읽어주고 싶다. 동물을 사랑하지만 방법은 잘 몰랐던 그때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