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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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은 너무도 각별하다.
이 우주에서 이보다 더 진한 관계가 있을까.

나의 ‘엄마‘로만 생각하던 어린 딸은 나이가 들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엄마도 한 명의 사람,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사실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부분을 어쩔 수 없이 상당 부분 포기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미안하고 슬퍼진다.


복희는 가끔 생각할까.
그녀가 될 뻔한 자신의 모습을.
놓쳐서 날려버린 기회와 가능성들을.
그게 아쉬울까.
혹시 아무렇지도 않을까.


-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P. 97



안타까운 마음에 ˝엄마가 하고 싶은 건 없어? 엄마가 되고 싶은 건 없어? 내 꿈이 엄마 꿈은 아니잖아.˝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엄마에겐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에도 이와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게 콜레트 아주머니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니 엄마의 꿈이 궁금해졌다.

아무 목적도 없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엄마가 갈수록 이상해 보이고 미심쩍고 심지어 반페미니스트로까지 보였다.

그때 나는 엄마 인생의 주축이던, 나를 돌보는 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했으면서 그저 엄마를 매도하기 바빴다.

그 보이지 않는 고된 노동을, 자신만의 열정에 헌신하지도 않고 실용적인 기술 개발도 소홀히 한 전업주부가 남 뒷바라지나 하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가정을 이룬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내가 그 속에서 받은 보살핌을 그동안 얼마나 당연하게 여겼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한 때는 집을 떠나 대학에 가고서 몇 년이 지난 뒤였다.

- <H마트에서 울다> P. 92



이슬아 작가도 엄마를 ‘복희‘라는 이름으로 칭하며 복희씨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면,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고, 나라는 인간과 기막힌 운명으로 만나게 된 사람인 것.


이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작가의 말‘은 전문이 좋은데, 특히 엄마에 대한 글과 그림을 남기게 된 이유를 쓴 앞부분이 정말 좋다.


우리는 서로를 선택할 수 없었다.

태어나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복희와의 시간은 내가 가장 오래 속해본 관계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그와 내 역사의 공집합을 기억하며 만든 창작물 중 일부가 이 책에 묶였다.

-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P. 4



그저 평생 내 편인 사람은 엄마라는 사람.

그 애정의 깊이는 결코 가늠할 수도 없고, 내가 따라갈 수도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까지 엄마에게 의지해온 것처럼, 이제부터는 엄마도 나를 믿고 의지해줬으면 좋겠다.

각자 독립적이면서도 깊은 우정을 오래도록 키워갔으면 좋겠다.


자기가 초라해 보일 때 괜히 엄마를 미워해보는 것은 딸들이 자주 하는 일 중 하나였다. - P38

"왜? 또 혀 씹었어?"
"응..."
입속의 비릿한 맛을 느끼며 내가 인상을 찌푸리면
엄마는 항상 나보다 더 인상을 찌푸렸다.
꼭 엄마도 혀를 깨문 것만 같았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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