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향수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이레나와 조제프, 그리고 조제프가 사랑했던 이레나의 친구 밀라다, 체코가 공산주의 국가가 되면서 프랑스와 덴마크로 망명했던 사람들이 20년만에 고국으로 잠시 돌아와 친구와 '낯선' 가족 간에 겪는 이질감과 향수에 관한 이야기다.
조제프는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망명생활을 훈장처럼 안고 가족을 만났으나, 그들은 자신을 가족을 버리고 떠난 도망자이며, 자신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온 희생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레나 또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만 하는 고향에서 자신이 결코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깨닫는다. 향수란 기억과 그리움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깨닫는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진정한 향수의 의미를 '고향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고통'이라고 말하고 있다. (너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네가 어찌 되었는가를 알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 고통, 내 나라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지 못하는 고통.)
역사 앞에서 희생과 고통을 감내한 그들이 20년만에 찾은 고국과 '낯선' 가족 앞에서 느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막되먹은 정사'(내겐 그렇게 보이네?)로 끝이 아닌 '기억 속의 고향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