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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윌리엄스 단편선
조이 윌리엄스 지음, 서민아 옮김 / 기이프레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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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삶에서 가장 기쁨을 주는 게 뭐예요?
- 글쎄요...
- 간단히 예를 들면 ... 가령 음악, 영화, 공연, 책 중에서요.

한참 고민하다가 답했다. 음악이요.

내가 음악을 그렇게 좋아했나? 답하고도 스스로 반문했다. 음악을 잘 아는 건 아니다. 단지 현생의 피로를 벗고 아무 생각 없이 의식을 내맡길 안식처. 그 영토가 나날이 줄어들어 이제 음악만 남았나 싶었던 거지. 단어들하고만 신중하고 내밀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공모했던 날들이 있었다. 여전히 최상의 위안과 환희를 얻을 수 있는 고향은 소설이다. 그러나 일이 되니 가장 지긋지긋한 것도 소설이고 책이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지 않은 현자들이여!) 영화는 피로하고 공연은 화가 난다. 그러니 음악으로 소심하게 도피할 수밖에.

그러나 그럼에도 책이라곤 다 갖다버라고 쳐다보기도 싫은 순간에 이렇게 기습하는 소설집이 있다.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설명 불가능한 순간들처럼. 기이프레스에서 나온 책들이 바로 그 중 하나다. 거짓말, 인과율이라는 환상, 광고로 뒤덮힌 진부한 말들, 전형적인 픽션들에서 풍기는 냄새 없이. 소설 좀 읽었다고 잘난 척하며 허세 부리고 이제 소설 지겹다고 헛소리하는 탕자를 울게 하는, 또는 소설교의 냉담자를 돌아 세우게 만드는 단편선. 예수의 아들에 이어 출간된 조이 윌리엄스 단편선을 기대없이 펼쳤다. 가장 기대되지 않는 제목의 첫 번째 단편을 읽는 순간 깨달았다. ‘아, 나 소설 좋아하네.’

단편선에 수록된 열일곱 편은 제각기 다르게 세계문학에 바치는 풍성한 소설 상찬이다. 그러나 단편별 담긴 탁월한 기법과 기교를 알아차릴 새도 없이 그저 모처럼 독서에 푹 빠져 녹아들었달까. 아무 생각 없이, 분석이나 계산 없이 순수하게 소설 읽고 마음의 변화를 느끼는 기쁨을 누린 것이 얼마만인지. 원자로의 빛처럼 펼쳐진 책에서 광선이 쏟아진다.

더 놀라운 건, 같은 소설을 재독할 때의 경험이었다.
정말 기이하게 다른 내용과 소설로 읽힌다. 서브텍스트 찾기 같은 수준이 아니라 뭐랄까. 이전에 꿈을 꾸며 다른 소설을 읽었나 , 아니면 전생에 읽은 책이었나 싶을 정도로 달랐다. 이 출구 없는 기이함. 부분이 전체이고 전체가 부분인. 중심 없이 비켜가는 인물들과 말하지만 결여되어 있는 비인칭 감각의 서술. 뛰어난 프로듀서가 작업한 환상의 앨범 트랙들처럼 반복해서 계속 읽게 될 것 같다. 겨울에서 봄 사이, 음악을 듣는 것처럼 단편선을 끼고 살았다. 특히 16번 ‘트랙’과 17번 ‘트랙’에 다다르면 얻게 되는 최종의 선물 같은 것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 좋아하는 단편 넘버들을 반복해서 읽고(듣고) 또 읽는다(듣는다). “음악이 그에게 큰 감동을 준다. 「Kindertontenlieder」. 존스는 이 단어를 번역할 생각이 없다. 음악으로 충분하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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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윌리엄스 단편선』 수록작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편을 골라주세요!

세상에는 “가장 ㅇㅇ하는” 이라는 질문 앞에서 매번 대답 못하고 얼굴을 찡그린 채 고통스러워 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지금 제 얼굴도 잔뜩 찡그려져 있습니다. 푸른 남자들? 소풍? 대머리 황새? 자선? 돌봄? ... 단편집 전체라고 하면 반칙이니까 하나만 골라 보겠습니다(눈 질끈 감고).

가장 사랑하는 단편: 정원 일 하는 소년
작품 설명:
소년이 정원 일을 합니다. 소년은 제 안에서 움트는 욕망을 느끼며 자신을 혐오합니다. 소년이 잘생겼다고 굳이 서술로 명시됩니다. 어렸을 때 표지가 완벽하게 보존된 만화책을 374권까지 수집했다는 정보도 슬쩍 언급됩니다. (374권이나!) 초록빛 바다와 흰토끼털 고사리가 나옵니다. 네, 천국입니다.

좋아하는 문장: “나는 지금 영혼의 폐차장에 살고 있다고, 소년은 생각한다. 아름다운 물건 하나를 가져다가 이곳을 소박한 방으로 만들어야겠다고.”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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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간빙기 - 서윤후의 제4 간빙기 다시 쓰기 FoP Classic
아베 코보 지음, 이홍이 옮김 / 알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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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아베 코보 소식이네요. 기대됩니다. <상자인간>도 곧 다른 곳에서 나온다는 소식이 있으니, 아베 코보의 희곡이나 여타 작품들도 연달아 활발하게 번역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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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2022-11-0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알마출판사에 희곡시리즈(GD)가 있어서 아베 고보의 희곡을 소개하려고 기획중입니다. 감사합니다

blur 2022-11-06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자인간이 새로 나오는군요. 전 부터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구할 길이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주받은 도시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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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작. 압도적. 번역된 스트루가츠키 형제 소설을 다 좋아했는데 <저주받은 도시> 읽고는 반성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분들을 감히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는지... 이제부턴 숭배하기로 했습니다. 옮기고 출판해주신 모든 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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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프다 - 요제프 어틸러 시선집
요제프 어틸러 지음, 진경애 옮김 / 미행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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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좀 읽고 쓰는 친구들 모두 함께 읽고 충격받은 시집. 역자의 해설과 편집후기, 연표 보고 또 한번 놀람. 해설이 이렇게 충실한 번역본 오랜만입니다.. 모두 소장하세요. 표제작부터 소리내어 읽으실 걸 추천합니다. 시를 읽다가 낯설다면 옮긴이 해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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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1~2 (리커버 특별판 + 박스 세트) - 전2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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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시네아의 모습이 담긴 표지라니요? 충격적입니다. 돈키호테는 맨오브라만차가 아닌데요? 돈키호테를 읽은 독자라면 둘시네아의 형상이 왜 존재할 수 없는지 알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금가루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열린책들 안영옥판 좋아했는데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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