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관한 한, 심지어 달변도 다독도 별무소용이었던 체험이 이어졌다.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경상도의 글자가 전라도의 소리가 아니듯이 글(읽기)은 (글)쓰기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글)쓰기는 관념 이전에 몸의 문제라는 사실을 통절하게 깨치게 되었다. 나아가서, 몸의 성격과 그 길은 결국 그 개인의 생활양식 속에서 조형될 수밖에 없는데, 어느 정도의 나이에 이른 만학도의 경우 그간 고착된 생활양식의 코드들이 몸을 타성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글쓰기 공부에서 치명적인 결정인자로 작용하는 것이었다. 최소한 글쓰기 공부에 국한한다면, 특히 40세를 넘긴 사람은 좀처럼 스스로를 바꿀 수 없다고 단언한 어느 유명한 정신분석의의 진단에 나 역시 못마땅한 채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