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라니!
제목을 처음 들었을 떄,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느낌에 오싹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사쿠라가 핑크빛으로 잔뜩 핀 어느 장소에서
10대쯤으로 보이는 두 어린 남녀가 등을 돌리고 있는 표지 삽화.

그녀와 나는 벚꽃 휘날리는 4월에 만났다...
이 문구가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4월. 벚꽃이 만개하는 지금.
뭔가 로맨틱한 감정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고,
또 사랑하는 마음들이 곳곳에서 피어나는 그런 계절 아닐까.
일본 서점 내 2위를 했다는 이 소설.
제목과는 달리 이 안에는 우리 옛 기억 속에서 아련했던 그 어떤 것이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장례식.
클래스메이트였던 야마우치 사쿠라의 장례식은
생전의 그녀와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꾸무럭한 날씨에 거행되었다.
벚꽃 같았던 그녀...
그녀의 장례식에 주인공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에도 꽤나 담담하고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없어 보이는 주인공...
그녀와 그는 과연 어떤 관계였을까.

'다행히 나에게 참석을 강요할 유일한 클래스메이트는
이미 이 세상에 없고...'
이 구절에서 그녀는 그에게 있어 특별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클래스메이트였던 그녀에게 보낸 메시지.
단 한마디의 메시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나는 이 문장에 담긴 뜻을 알고 싶어졌다.
그녀의 병을 다 먹어치워버리고 싶다는 뜻일까?
아니면, 함께 나누고 싶다는 뜻일까?
그녀를 죽음과 고통에서 구원해주고 싶다는 뜻일까?



상쾌, 유쾌, 발랄한 10대의 모습.
연인의 감정을 서로 갖고 있으면서도
쿨하게 아닌척하려는 남자 아이와 마냥 상큼 발랄한 여자 아이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너무 너무 예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연인이 아니니까 뭔가 나쁜 짓 같고 재미있잖아?'
무심하고 쿨한 척하는 남자 아이의 행동이 상상된다.


“어떻게 되긴? 내 공병문고야. 읽어봤으니까 알잖아, 췌장 병을 선고받고 일기처럼 쓰고 있다는 거.”
“농담이지?”
 

역설적으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10대 남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한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널리고 널린 흔한 소재 중의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인기는 아마도 그러한 흔한 소재를 요소 요소의 감동적인 문장과 상황으로 잘 배치한 듯하다.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마치 그것이 이 소설에서 굉장히 주제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죽음 앞에서 오열하거나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죽음을 원망하지 않는다.
죽음은 마치 첫사랑의 그녀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그 첫사랑처럼 다가온다.
시한부 삶을 알면서도 소녀에게 다가가는 그녀와, 소녀 역시 그 운명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의 마음을 뿌리치지 않는다.
이 짧은 사랑은 그 짧은 삶과 삶이 만나는 좁은 우리 세계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루어지지 못하여, 끝이 있기에 더욱 간절하고 아련해지는 것일까...
모든 사랑이 아무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사랑이라는 감정 아래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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