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 - 아름다운 味를 얹다
유종하 지음 / 워크컴퍼니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고명 : 아름다운 미를 얹다.

이 책은 우리의 한식만큼이나 단아한 책이다.
깔끔하게 잘 정리된 사진과 문장, 단어.
책을 보는 내내 마치 정갈하게 차려진 한식상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명'이라는 것만으로 요리책을 만들었다는 점이 독특해서 읽게 된 책.
고명은 '화룡점정'의 마지막 점처럼 음식의 가장 마지막을 엣지 있게 살려주는 기능을 한다.
개인적으로 음식의 마지막에 일종의 고명과 같은 데코 장식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한식 셰프인 저자 유종하가 '고명' 이 책을 저술하게 된 계기는
탕 파 썰어주세요! 이 말 한마디 때문이다.
 레스토랑에 첫 입사했을 때 선배가‘탕파 썰줄알지?‘라고 이야기 했고,
저자는 굉장히 당황했다.
탕파라는 것은 바로 탕에 들어가는 파였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저자는 우리 식문화와 관련된 단어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집단에 있어서 언어라는 것을 경험을 공유하며 문화 발전의 기초를 이룬다.
그래서 언어의 확립이 괴장히 중요하기에
저자는 한식의 발전을 위하여 한식문화의 기초가 될 언어인 한식 용어 정의 및 확립을 이루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음식에 생기를 불어넣는 기능을 하는 고명.
이 고명은 우리의 전통적인 오방색을 담고 있다.


오방색은 단순한 시각적 의미에 그치지 않으며, 철학의 근원인 음양오행 사상을 담고 있다.
삼라만상의 모든 이치를 음양오행의 원리로 이해한 우리의 선조는 오방위를 뜻하는
청색, 백색, 적색, 흑색, 황색을 출생에서부터 장례에 이르기까지
일상은 물론 삶의 중요한 순간에 두루 두루 적용했는데,
그것은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면, 입춘에는 입춘채라는 오신채를 먹었는데,
노란색 나물을 중앙에 놓고 주위에 백, 적, 흑색의 나물을 놓아 임금이 신하에게 사하했다.
이것은 임금을 중심으로 화합, 융합하며 하나로 뭉치자는 뜻이라고 한다.
요리 하나에 이렇게 큰 뜻을 내포할 수 있기에
요리는 비단 미각을 만족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시각과 전체적인 삶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또한 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담고 있기도 하다.

혼례를 치를때 신부가 연지 곤지를 바르고
간장을 숙성시키는 항아리에 붉은 고추를 꿴 금줄을 두르기도 했다.
돌이나 명절에 어린아이에게 입히는 색동저고리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오행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삶의 곳곳에 녹아있는 오방색은 곧 요리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고명 : 아름다운 미를 얹다' 이 책에서는
정갈하고 가장 소박하면서 단촐하게
고명을 만드는 방법, 그리고 고명으로 연출하는 방법을 깔끔한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썰기 방법은 3-4개 정도 밖에 모르고 있던 나에게

둥글썰기 / 반달썰기 / 은행잎썰기 / 어슷썰기 / 골패썰기
 / 나박썰기 / 깍둑썰기 / 채썰기 / 다져썰기 / 돌려깍기

처럼 다양한 썰기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는 고마운 책.
써는 방법, 모양에 따라 음식의 맛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은.
요리를 조금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고명을 얹기 전과 얹은 후의 비교 사진 2컷을 기준으로
고명을 만들고 올리는 법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요리 과정 컷이 따로 없지만, 설명만을 보아도 충분히 누구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고명은 사실 쉽고, 간단하다.

하지만, 어떤 요리에 어떠한 고명이 어울릴지는
전문 셰프가 알려주는 이 책을 통해 배워 나갈 수 있다.



더덕고추장구이.
빠알갛게 잘 구워진 이 구이 위에 올려진 초록 초록한 파.
시각과 미각을 더욱 살려주며 요리가 맛깔나 보인다.
고기와 파의 맛 궁합은 찰떡궁합!
이런 작은 변화와 연출이 요리의 퀄리티를 더욱 높여준다.




때로는 예쁜 식용꽃으로 한식의 마무리를 해보기도 하고,

죽에는 북어채로 만든 고명을 특색있게 올려보기도 한다.
말간 죽 위에 올려진 붉은색의 동그란 북어채.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고명 : 아름다운 미를 얹다

이 책은 양장본으로 요리책이라기보다는
사진첩처럼 굉장히 잘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을 접할때면 왠지 모르게 정갈해지는 느낌이다.
요리에 정성이 가미되면 요리의 맛이 더욱 높아진다.
이처럼, 정성스러운 고명으로 요리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면
우리 식탁의 맛이 더욱 풍성하고 깊어질 것 같다.





by 지아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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