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오리지널 커버 에디션)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기억 속에서 잊혀졌을지 몰라도- 누구나 한 번은 읽어봤을 소설,《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가 오리지널 초판 표지 디자인으로 재현되어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채색 없이 거친 선으로 그린 삽화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수식에 한층 더 잘 어울립니다. 양장본이라는 점도 소장가치를 높여주여 마음에 듭니다. :) 


저는 여러 번 다시 읽어 사건 순서와 문장 몇 줄을 꿰고 있는 소설들이 있는데요. 《몽실 언니》와 《고래》, 그리고 바로 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입니다. 10살 전후로 처음 읽고 어린 마음에 충격 받아, 그후 하루에 두세 번씩 연거푸 읽은 날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 특별판을 손에 쥐었을 때 반가움과 묘한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이 저를 어떻게 만들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제제와의 만남이란! 어렸을 때 저는 마치 제제가 된 것처럼 제제에게 일어난 일들에 슬퍼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먼 길을 부지런히 걸어갔지만 결국 선물을 못받아서, 정성스럽게 만든 풍선을 터뜨려서, 사랑하는 뽀르뚜가를 잃어서.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저는 자연스레 제제를 지켜보는 어른으로 자랐습니다. 조숙한 제제, 겪지 않아도 되었을 일들을 겪으며 더욱 철 들어가는 제제. 그 모습은 제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저를 가라앉혔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소설 속으로 들어가 제제를 끌어안아주고 싶었어요. 아가, 너는 아직 천진난만해도 된단다. 


어차피 누구나 언젠가 어른이 된다지만 저는 왜 유독 그게 슬픈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아이다워야지'하는 뜻은 절대 아니에요! (~답다라는 말은 얼마나 폭력적인가요.) 다만 생각이 깊은 어린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어떤 사연으로 이 아이가 이토록 성숙해야 했는지 마음이 쓰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죽음이 무엇인지 모를 법한 5살에, 자기가 죽었으면 좋겠다거나 마음 속에서 누군가를 죽였다고 말하는 제제를 볼 때처럼요.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이 부족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해맑은 시기를 충분히 누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 속 새장의 작은 새는 때가 되면 날아가겠지요. 그 새를 일부러 내쫓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억지로 철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돌아보면, 새가 멀리 날아가는 것은 찰나같은 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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