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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정 -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나를 지키다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평점 :

한문학 문헌에 담긴 전통의 가치를 현대의 언어로 되살리는 고전학자 정민 교수님의 신작, 《습정》을
소개합니다. 습정은 '고요함을 익힌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무분별한 정보가 쏟아지고 각자 주장만 하기 바쁜 요즘, 침묵과 고요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지어졌습니다.
마음의 소식, 공부의 자세, 세간의 시비, 성쇠와 흥망- 이렇게 총 4장에 걸쳐 100편의
글이 실려있습니다. 전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문인들의 문장을 인용하고, 정민 선생님만의 해석이 더해진 짧은 글입니다. 그 안에는
시대를 꿰뚫는 중요한 삶의 자세가 녹아있습니다. 저는 이것이야 말로 제가 그동안 알아보지 못했던 고전의 진가인가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떠다니는
말들은 많지만, 우리가 진짜 귀기울여야할 진실의 목소리는 여기 모여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참된 도리란 무엇인지 묵묵히 보여주는 것으로 제목에 설득력을 더합니다.


여담이지만 이전에 김영사에서 출간된 <마음의 평안과 성공을 위한 4가지 신성한
비밀>이라는 책을 읽으며-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독서도 마음 수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책은 직접적으로 마음의 수행을
권하는 책이 아니지만, 저는 저에게 와닿는 문장들을 필사하며 마음수련을 하는 자세로 읽었습니다. 제목 <습정>이 고요함을 익힌다는
의미인 것에 비추어, 필사 또한 마음을 차분해지게 하므로 아주 적합한 독서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한편 저는 습정을 읽고 따라 쓰며 불필요한 말을 삼가고 무게감있는 사람이 되고자
애썼습니다. 그런데 지금 소개를 명목으로 말을 과히 하고있지 않나 염려됩니다. 감히 이 책을 평가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정민
선생님께서는 가르치는 데에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 책으로 하여금 증명하셨지만, 아직 저는 말을 아끼고 책을 권유할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가르쳐주신 것과 모순되는 저의 행보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