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책들의 문화사'라는 대제목만 보고 책을 일기 시작했는데 제목만으로는 전혀 유추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일본제국의 출판자본, 식민지 조선의 출판시장과 만나다.'라는 부제가 어느 정도 책 내용을 설명해준다.책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가고는 있지만 일제시대, 일본과 한국의 다양한 문화, 사상적 배경을 아울러 날카롭게 벼려진 칼끝으로 예술적인 솜씨로 도축하듯 써내려가 글은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장르의 책이 있을 수 있구나, 그런데 그걸 이렇게 유려하게 풀어낼 수 있구나 놀랍다.1920~30년대 지문을 채취하고 불량분자를 관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게 당시 기술로 가능한 일이었는지 궁금하다. 거대한 힘이 밟아 누를 때, 잠자고 죽어 버리는 게 아니라 억압받고 있음을 상품화하면서 자본을 만들어 내는 힘을 통해, 대항운동을 지속하는 힘이 생성될 수 있음을 논증하려고 했고 그 지점에서 오늘을 살아 가는 힌트를 얻고자 했다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다. 단선적이 시선에서만 바라보던 습관에 경종을 울리며 보다 입체적으로 사회를 볼 수 있는 시야를 넓혀주는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