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 - 틱낫한 스님이 새로 읽고 해설한 반야심경
틱낫한 지음, 손명희 옮김, 선업 감수 / 싱긋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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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은 아주 오래,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해왔습니다.
몸은 수많은 세대의 연속입니다. 
몸은 결코 죽은 적이 없습니다. 

나는 이 몸을 가벼이 여길 수 없습니다. 
나의 몸은 나만의 몸이 아닙니다.
이 몸을 과소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나의 몸은 내 모든 조상들의 몸입니다.

나의 마음은 이 몸 안에 있습니다. 
마음은 이 몸을 일으키고 
이 몸은 마음을 일으킵니다.

이 몸에서 우주 생명의 
온갖 경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지도 죽지도 않는 정토와
신의 왕국도 이 몸 안에 있습니다.
나는 이 몸을 가벼이 여길 수 없습니다.
몸은 우주의 모든 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이 몸은 또한 우주의 아름다운 꽃입니다.
나는 이 몸을 잘 돌보고 싶습니다. 
나의 몸이 나에게 우주의 모든 신비와 경이를 
환히 드러내주길 바랍니다.

나에게 후손이 있든 없든,
이 몸은 다른 수많은 형상으로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이 몸이 앞으로도
세세생생을 아름답게
이어가기를 발원합니다.

(틱낫한, 『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 64-65쪽)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 번 이상은 들어본 말일 것입니다.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불교의 어느 한 경전의 구절이라는 건 알지요. 유교국가로서 억불숭유 정책을 취했던 조선, 그래도 글 모르는 대부분의 백성들과 아녀자들도 이 구절은 외우고 외며 현생의 고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이 유명한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불교 경전 중 하나인 『반야심경』의 맨 마지막 구절입니다. 이 구절의 뜻은 이렇습니다. '갔네, 갔네, 건너갔네. 모두 건너가서 한없는 깨달음을 이루었네!(40쪽)'로 풀이할 수 있지요.

'갔네, 갔네, 건너갔네'
어디를 건넜다는 걸까요?!
강을 건넌, 피안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
그리고 이 강을 건넌 자는 참 자유에 이른 지혜로운 자, 깨달은 자를 의미합니다.

『반야심경』은 많은 번역본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번역한 사람에 따라 『반야심경』의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겠죠. 언어는 인간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기 위한 특별한 도구이지만, 언어가 우리 인간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다 담을 수는 없습니다. 언어는 한계가 확실합니다. 언어가 오해를 낳기도 하고, 언어 속에 인간의 세상에 대한 편견이 스며있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자신이 관계 맺는 세계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겪어 보지 못한 것, 생각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반야심경』의 번역과 해석이 다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베트남 스님, 틱낫한 스님이 『반야심경』을 새로 읽고 해석하신 책입니다. 불교 교리나 『반야심경』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스님의 해석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정도.

그래도 제가 아는 얕은 불교 지식과 사상에 비춰보면 스님의 해설은 꽤나 올바르고, 우리 시대에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책 중간중간에는 양자물리학 등 현대 최첨단 과학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현대의 과학은 이 세상에 생함과 소멸이 없고, 이것은 저것이며, 저것이 이것이며, 무엇이든 '관계' 속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현대 과학이 밝혀낸 것들은 2,500여 년 전 석가모니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은 것과 상통합니다.


/
모든 현상은 연기의 산물입니다.
이들은 분리된 자아가 없습니다. (33쪽)

/

당신은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다른 모든 것과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모든 것이 존재하기에
비로소 이 한 장의 종이가 존재합니다. (53쪽)

/


위에 쓴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보다 『반야심경』에서 더 유명하고 중요한 구절. 바로 '공즉시색 색즉시공'입니다. 틱낫한 스님이 새롭게 해석하시는 이 책은 『반야심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석하시지만 제일 핵심은 '공즉시색 색즉시공'입니다. 진리는 진리라고 할 때 진리가 아니다, 이런 맥락이지요. 이 책에서 틱낫한 스님이 제일 공들여 설명하시는 부분은 <'공(空)은 비존재'가 아니다>입니다. 현재 우리가 서양 철학과 사상에 깊이 영향을 받고 있고 또 물질로 이루어진 세상에 사는 우리들은 공(空)을 비존재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틱낫한 스님은 공은 전혀 '비존재'가 아니다,라고 설명하십니다. 존재, 비존재라는 이분법적 관점을 초월해야 한다고요. 또한 공(空) 사상은 '허무주의'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
무상, 즉 덧없음이라는 통찰은 
그 무엇도 고정적이지 않고 
대로 유지되지도 않는다는 깨달음입니다.(73쪽)

/

에너지나 물질은 오로지 어느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의 에너지나 물질로 
바뀔 수 있을 뿐입니다.
작디작은 먼지 한 톨조차 결코 무가 될 수는 없습니다.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다,
더러움도 없고 깨끗함도 없다.
늘어남도 없고 줄어듦도 없다.'(80쪽)

/


어쩌면, 『반야심경』의 핵심 나아가 불교 사상의 정수는 바로 이런 깨달음인 것 같습니다. 모든 건 변할 뿐 고정불변인 것은 없고, 모든 건 서로 관계를 맺고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요. 이 진리를 진실로 깨달으면, 고통도 불안도 두려움도 없는 열반의 세계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머리로는 알겠지만, 진심으로 깨닫지는 못하겠어요. 죽을 때까지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틱낫한 스님의 이 책만이 『반야심경』을 제대로 해석했다, 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런 말 자체가 『반야심경』의 핵심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현대 시각에서 『반야심경』을 잘 해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이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과 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녹아있으니까요. (현대 과학의 쾌거)

세상 만물은 모두 '관계'에서 생성되고 변화하고 소멸됩니다. 이번에 틱낫한 스님의 『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를 읽으며 2,500년 전의 분이신 석가모니의 통찰에 놀랐습니다.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맺어진다는 진리를 늘 마음에 새기며 티끌만큼이라도 조금 더 지혜롭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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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팟의 하나만 빼고 다 먹는 다이어트 - 맘껏 먹으면서 평생 날씬하게
이동훈(쏘팟)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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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먹는 양 줄이고, 운동량은 늘렸다. 거의 한 달이 지난 지금의 내 몸무게는?!!! 6월 10일과 똑같다. ㅠㅠ 나의 몸무게는 늘 똑같거나, 늘거나 둘 중 하나. 줄어드는 법이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52kg이 마지노선... 나에게 52kg은 난공불락의 성과 싸우는 느낌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 달 동안 단백질만큼은 아주 잘 챙겨 먹어서 체내 단백질량은 이제 거의 정상에 육박한다(그래도 아직 부족임). 단백질량 증가가 체중 감량에 희망 없는 나에게 한줄기 빛이 된달까 그렇다. 희소식! (그래도 주말만 지나면 체지방이 확 늘어남 -ㅅ-)


위에 말했듯 현재 내 몸무게는 52kg이다. 매번 잴 때마다 0.x kg의 차이만 있을 뿐 한결같다. 보통 여성의 경우 52kg이라 하면 정상체중이거나 저체중이지만, 나는 키가 땅꼬마라서 나에게 52kg은 정상과 과체중의 딱 경계선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몇 그램 차이로 정상체중도 됐다가 과체중도 됐다가 그런다. 어쨌거나 수년간 이 몸무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빡시게 다이어트했을 때 48kg도 됐지만, 그래도 뱃살은 결단코 안 빠지더라.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해도 늘 제자리걸음이라 도움이 될까 책 한 권을 읽었다.





책 제목이 약간 사짜 느낌이 나지만, 책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책 제목대로다. 하나만 빼고 다 먹어도 되는 걸 설명한다. 저자 이동훈(쏘팟)은 현재 유튜브에서 다이어트 한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 역시 대학생 시절 시험 스트레스로 체중이 급작스럽게 불어난 경험이 있는데, 졸업 후 다이어트를 시작해 현재 20대 때보다 훨씬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단다.

저자는, 운동은 체형 만들기에 도움이 많이 되지만 살 빼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다이어트에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먹는 것'이라고 한다. 잘 조절된 다이어트 식으로 먹으면 운동 안 해도 살이 빠진다고 한다.

아무튼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다이어트할 때 '하나만 빼고 먹는다면' 살이 빠진다고 한다. 이 '하나만 빼고'의 이 '하나만'은 무엇일까. 바로 당질이다.

한때 지방이 다이어트의 대역 죄인으로 취급받으며 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했으나, 세월이 흐르고 많은 연구 사례들이 쌓이면서 지방은 오명을 벗었다. 대신 예전의 지방 자리를 이제 '탄수화물'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탄수화물이 무조건 나쁜가? 그렇지 않다. 탄수화물 역시 지방처럼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그러나 탄수화물의 세계는 넓고도 오묘한 것. 우리가 무조건 피해야 할 탄수화물은, 그러니까 우리가 딱 요거 하나만 안 먹어야 하는 것이 탄수화물 중에서 '당질'이다. 당질은 우리 몸에 나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당질이 왜 나쁜지 설명하며, 그동안 사람들이 오해했던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은 얼마나 우리 몸에 중요하고 필요한지 가르쳐준다.

이 책을 읽고 꽤 놀랐던 건, 다이어트하며 즐겨 먹었던 바나나랑 고구마가 다이어트에 완전 좋은 음식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물론 책에서도 운동 전, 후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먹는 건 좋다고 나온다. 그래도, 식이요법으로 체중 감량을 할 땐 바나나와 고구마를 줄이는 게 좋다고 한다. 당이 들어있기 때문. (아, 그래서 내 몸무게가 줄어들지 않았던 걸까나요?)


참,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책은 운동보다 운동을 하지 않고 식이요법으로 살을 빼는 방법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바나나와 고구마를 다이어트 때 피해야 하는 음식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 책 초반에도 설명하지만, 운동을 하는 사람은 잘 먹어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체중 감량과 운동은 서로 '상반된 관계'다. 운동선수도 체중 감량할 땐 운동은 잠깐 느슨하게 하며 다이어트 식단에 집중하는데, 그만큼 운동은 에너지 소모가 크고 그래서 잘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 체중 감량보다 근육량 및 수분량 증가로 몸무게가 늘 수 있다)

이 책은 체형 보다 체중 감량에 중심을 두고 쓴 책이기 때문에 살을 빼야 하는 사람(체지방 감량)에게 적합하다.

한 달 남짓 다이어트를 했지만 한 달 동안 체중 감량을 못한 이유를 이 책을 보고 깨달았다. 나는 현재 식단보다 '운동'에 더 신경 쓰며, 잘 먹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만 열심히 하면 살이 빠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ㅠ) 식빵도 2~3일에 한 번씩 먹고, 고구마와 바나나는 매일 먹는다. 많이 먹을 땐 하루 2번까지. 그동안 살 뺀다고 하면서 당질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에 살이 안 빠진 거였다. ㅠㅠ


12월 말까지 지방 13kg 감량하고, 근육 3kg 증가시키려면 이 책에서 소개한 식단을 따라야 할 것 같다. 당질은 먹지 않고, 채소 많이 먹기. 특히 잎채소!!!

당장, 깻잎이랑 상추 사러 가야겠다. 내일부터 닭가슴살 깻잎에 싸먹어야지. ㅎㅎㅎ

또 바나나와 고구마는 먹는 양 줄이기. ㅠㅠ (그동안 다이어트에 도움된다고 해서 '너무 많이' 먹었었어)


+ 열심히 살 빼려고 노력하지만 살이 안 빠지는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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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 - 당신의 행복을 지키는 대한민국 핵심 가치 서가명강 시리즈 10
이효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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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각 나라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아도 예전보다 나은 나라가 될 수 있는 이유는 '헌법의 존재' 덕분이다. '헌법'은 일상생활에서 우리와 상관 없는 별 개의 것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헌법은 우리 생활의 아주 깊숙한 부분까지 스며들어 있다.

일단 우리는 본인이 살고 싶은 지역에 살 수 있고, 또 그 지역에서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구해 살 수 있다. 물론 경제 여력에 따라 전혀 마음에 차지 않는 집에서 살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에 차지 않는 집도 본인이 구할 수 있는 집 중에서 그나마 제일 나은 것으로 '자신이 직접 선택'해 부동산 계약을 맺는 것이다.

또 우리는 콩나물 천 원어치와 두부 한 모도 시장에서 순수하게 자의에 의해 구입한다. 타인(특히 국가나 자의 목적과 계획에 의해 내게 배당된 것이 아니다. 직장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불평불만을 가지지만, 어쨌거나 그곳에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출근을 하는 것도 누군가의 강제가 아닌 본인의 자발적 선택이다. 그리고 사회엔 '갑과 을'로 비유되는 '권력의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조선시대까지 존재했던 신분 계급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위와 같은 내용이 모두 '헌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 때 교양과목으로 법 과목을 몇 개 들었다. 같은 법인데도 법마다 체계가 너무 달랐고 ,사용되는 어휘, 논리가 다 달랐다. 모두 똑같이 고리타분해 보였던 법은, 직접 접해보니 매우 다채로웠고 그 매력도 제각각이었다. 그 중에서 내 가슴을 가장 뛰게 했던 법은, 바로 헌법이었다. 다른 법들은 기술적인 측면이 강한데 비해 헌법은 기술보다 '가치' 측면이 강했다. 국가 형태와 국가가 지향하는 바를 다룬 헌법은 자연히 그 나라의 역사와 미래상을 담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 역사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바를 담은 헌법은 어떤 의미에서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진 것이다.

물론 지금 우리 헌법은, 개정된 지 32년이나 되어 그동안 변화된 시대상을 다 못 담아내는 측면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재 정권을 마감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된 법으로 그 의의가 있다. 한 조항, 한 조항씩 음미하면 이 조항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지 감동이 밀려온다.


21세기북스 서가명가 시리즈에서 헌법 관련 책이 나왔다길래 기쁜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대학 졸업을 한 지도 너무나 오래되어(?!) 헌법 조문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럼에도 젊은 시절 나를 두근거리게 했던 헌법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였다.

읽고 다시 감동. 역시 헌법은 마음을 뜨겁게 하는 뭔가가 있다. 이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졸렌(당위) 때문일 것이다. '올바른 당위', '나도 동의하는 당위'는 가슴을 뜨겁게 한다. 몇 년을 주기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오지만, 그래도 성급하게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지금 헌법을 유지하는 이유는 지금 헌법이 그만큼이나 좋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저자인 이효원 교수가 우리나라 건국헌법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공부한 기억으로는, 현재 헌법 이전의 헌법들은 그때그때마다의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추어 누더기 헌법이었다는 비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군부 독재 시절 헌법은 물론이고, 그전 시기에 왕이 되고 싶었던 대통령, 이승만 시대의 헌법 역시 좋다고 할 수 없다는 것. 건국헌법 역시 비판을 비껴가지 못했다. 반쪽짜리 국가에서 반쪽짜리 헌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는 우리 건국헌법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헌장'과 '임시헌법' 정신을 이어받았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국가와 국가 구성원인 정부,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졸렌을 잘 담아냈다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비극적인 한반도의 역사, 분단 70년의 역사로 남과 북은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되었지만 어쨌거나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롭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국민들이 잘 살기 위한 노력도 있지만, 헌법이 국가 형태와 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바를 큰 틀로 바로잡아 놓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유재산, 시장경제 등등)

이 책 덕분에 지금 헌법 말고도, 옛 헌법에 대한 인식도 좀 달라졌다. 물론 유신헌법 등 독재 정권에 이용된 헌법은 정말 문제 있었던 헌법이지만, 옛 헌법들에 대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쨌든 지금의 우리 헌법도 기존의 헌법들을 밑바탕 삼아 악법은 고치고, 선법은 유지하되 더 나은 법을 추가한 것이므로... 지금 우리의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뿌리.


우리나라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우리 헌법을 모르고서는 우리나라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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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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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배신당한 페르시아의 어느 왕은, 아내에 대한 증오심이 모든 여성에 대한 증오로 바뀌었다. 왕은 신붓감을 구해 결혼을 했을 했으나 매번 첫날밤을 보낸 다음날 새 신부를 무참히 죽였다. 그리하여 그 나라의 딸을 둔 모든 부모와 처녀들은 왕과 결혼하여 죽임을 당할까 봐 전전 긍긍이었다. 하지만 어느 대신의 영특한 딸, 세헤라자데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 자진하여 왕과 결혼하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딸의 안위가 걱정되어 처음엔 반대했으나, 딸은 전혀 걱정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버지도 딸의 결혼을 승낙했다. 사랑하는 딸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세헤라자데 아버지의 걱정은 기우였다. 세헤라자데는 결혼을 한 다음날 죽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죽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천일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페르시아 왕의 여성에 대한 증오심은 눈 녹듯 사라지고 없었다. 세헤라자데가 왕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천일 동안 끝없이 이어지는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이야기' 덕분이었다.


고 박경리 선생님이 어렸을 때 온 동네 사람들이 여름 피서를 떠날 때 선생님과 선생님의 어머니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돈도 내지 않고 말 그대로 피서지에 '모셔져 갔다'라는 일화를 읽은 기억이 있다. 박경리 선생님의 어머니는 이렇다 할 유머도 없고, 사람들과 어울려 잘 노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셨지만, 이야기 하나만큼은 맛깔나게 잘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꾼으로 피서지에 모셔갔던 것이다. 더운 여름철 시원한 피서지에서 듣는 재미난 이야기는, 마을 사람이 돈을 갹출해서 들을 만큼 가치가 있던 여흥이었다. 그런 이야기꾼의 피를 박경리 선생님이 물려받지 않았을까 싶다.


또 언젠가 읽은 이야기도 생각난다. 실화다. 아프리카 어느 오지에 고립된 비행기 조종사. 어떤 이유로 비행기를 띄우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인 상태인데, 그런 그에게 누가 찾아왔다. 근처 어느 숙소에 죽어가는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당신을 급히 보고자 한다. 조종사는 무슨 일인지 의아해서 그 사람에게 찾아갔다. 죽어가는 사람은 기력이 매우 쇠하여 말만 겨우 조금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 사람이 죽기 전에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며 들어달라고 조종사에게 부탁한다. 조종사는 자신이 들어줄 수 있는 일이면 들어주겠다고 했다. 죽어가는 사람은, 자신의 소원은 큰 소원이 아니고, 단지 지금 바깥에서 일어난 일들 즉 뉴스거리들을 알려달라고 한다. 조종사는 이런저런 뉴스를 들려주었고, 죽어가던 사람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이야기를 듣고는 후련한 마음으로 죽는다.


재미난 이야기를 다음날에도 듣고 싶어서 아내를 죽이지 않은 페르시아의 왕, 타고난 이야기 재주꾼으로 모셔 다닌 박경리 선생님 어머니,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 단지 바깥세상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는 무명 씨. '이야기'는 인간에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정말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별것인지도 모르겠다.





13쪽│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두려움에 대한 치료법이 바로 이야기다. 뇌는 희망에 찬 목표로 삶을 가득 채우고 그 목표를 성취하게 만들어서 우리가 삶의 냉혹한 진실에 직면하지 않게 해준다. 이야기는 우리의 존재에 의미가 있다는 착각을 일으켜서 삶의 혹독한 진실을 외면하게도 해준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또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그리고 결국 성공하거나 실패하는지는 모두 인간의 공통된 이야기다. (...) 어디에나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가 곧 우리다.


15쪽│ 우리는 하루하루의 삶을 이야기로 경험한다. 뇌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구축하고 그 세계에 동지와 악당을 채워 넣는다. 뇌는 혼란스럽고 암울한 현실을 단순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로 바꾸고 그 중심에 주인공(근사하고 소중한 나)을 위치시킨다. 이때 주인공은 일련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이것이 삶의 플롯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는 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심리학 교수 조너선 하이트는 뇌가 '이야기 프로세서'이기는 하지만 '논리적인 프로세서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우리의 입술 사이로 숨이 새어 나오듯이 마음에서 흘러나온다. 천재들만 이야기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미 그것을 만들고 있다. 단지 더 잘 만들려면 그저 자신의 내면을, 마음 그 자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질문을 던지면 된다.


이 책은 기자이자 소설가인 윌 스토가 스토리텔링 강좌를 준비하면서 발견하게 된 것을 근거로 지필 했다. 그는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면 우리의 뇌가 삶이라는 플롯의 중심에서 우리 스스로를 도덕적 영웅인 양 느끼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미뤄 이 주장은 옳은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 그러니까 5~6살 때부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내 머릿속은 언제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내 머릿속에서 만든 이야기. 나는 내가 본 책이나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만들고 상상했는데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언제나 '나'였다. 나는 정의롭고 능력도 있으며 인기도 많고 도덕적이었다. 내 상상 속의 허구의 '나'는 완벽에 가까운 인간으로 못하는 게 없었다. 상상 속에서 나는 어려움과 맞닥뜨리고 나쁜 놈들을 만났지만 나는 언제나 극복했다. 극복할 때마다(아니, 극복하는 것을 상상할 때마다) 나는 얼마나 쾌감을 느끼고 우월적 기분을 느꼈는지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이런 상상은 나만 했던 게 아닐 것이다. 지금도 길을 지나다 보면 아이들끼리 모여 애니메이션에서 본 걸 가지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따라 하며 역할극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을 보고 '논다'라고 생각하지만, 깊이 따져보면 아이들이 '캐릭터를 생성'하고, 일정한 플롯에 따라 '이야기를 만든다'라고 볼 수 있다. 비록 논리적이지 않고, 과학적이지 않지만, 나름 기승전결이 있고 극적 쾌감이 있다. 악당과 매력적이고 능력 있는 주인공(바로 나!)도 있는...


중학생에 접어들어 좀 더 사회화 교육을 받으면, 어렸을 때 왕성했던 이야기 만들기 놀이는 점차 사라지고 어느덧 이야기는 생성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이야기 소비자가 된다. 그러나 우리의 피 속에는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대체로 이야기 생산자에서 이야기 소비자로 변하지만, 소비자여도 인간에게 '이야기'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준다. 죽기 직전까지도 바깥세상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 무명 씨처럼.


이렇게 우리의 뇌 자체가 이야기에 특화되어 있다.


178쪽│ 스토리텔링 뇌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언어가 애초에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

가장 원시적이고 가장 선동적인 스토리텔링 양식, 곧 소문을 통해 가능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


180쪽│ 소문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에 관해 알려주고 그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기 위해 존재한다. 대부분 도덕규범을 위반한 내용, 집단의 규율을 깨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사람들의 도덕적 분노를 자극해서 소문 속 인물을 공격하든 방어하든지 간에 어떤 식으로든 행동하게 만듦으로써 집단에 우호적인 행동을 유지한다. 우리가 좋은 책이나 영화를 즐기는 이유는 책이나 영화에서 이런 원시적인 사회 정서를 자극하고 이용하기 때문이다.


윌 스토의 『이야기의 탄생』은 우리 뇌가 얼마나 이야기에 특화되었는지 보여준다. 우리가 왜 이야기에 끌리는지, 그리고 어떤 플롯을 가진 이야기에 흠뻑 빠져드는지 설득력 있게 서술한다. 그리고 저자가 기자 겸 소설가여서 그런지 책 내용 자체도 재밌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빠져들 듯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 이야기를 소비하는 소비자로 전락(?)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마다 우리는 다시 이야기꾼이 된다. 바로 '꿈' 속에서... 꿈도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플롯을 띠며, 우리는 그 스토리에 따라 희로애락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아직 과학이 '꿈'의 효용에 대해 밝히진 못했지만 '이야기'가 매일 밤마다 우리 뇌에 특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아닌 '뇌'가 이야기꾼일지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흥미롭고 재밌게 읽은 책이다.


나는 오늘도 이야기를 만들고 소비했고, 아마 죽는 그날까지 이야기를 만들고 소비할 것이다. 내 삶의 이유, 내 삶의 가치 역시 '이야기' 덕분이다. 이야기가 없으면 나는 빈껍데기.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럴 것이다. 우린 모두 다 스토리텔러이자 스토리리스너이기 때문이다.


책, 영화, 드라마, 뉴스 할 것 없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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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
요스트 더프리스 지음, 금경숙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인문학, 역사적 깊이가 별로 없어서 인지 이 책을 완전히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정말정말 재밌게 읽었다. 내 취향. 저자의 문체가 내가 좋아하는 문체다. 뻔하디 뻔한 글이 아니라서, 건너뛰며 건성으로 읽을 수 없다. 그렇다고 꼼꼼하게 분석하며 읽어야 하는 소설도 아니지만, 한 줄 한 줄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고 해야 할지. 내가 좋아하는 딱 그런 유의 외국소설이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으면서 중간에 인문학, 역사적 이야기가 나오고 이걸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그런 스타일(여기서 유머러스하다는 건, 독자들마다 느끼는 바 다를 거다. 어떤 독자들은 이 책이 전혀 유머러스하지 않다고 느낄 테니까) .




 이 소설의 작가, 요스트 더프리스는 네덜란드 사람으로 언론학과 역사학을 공부했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작품에 십분 녹여 넣고 싶었는지 소설 속엔 미국, 칠레, 유럽 등 대륙을 휙휙 넘나들며 많은 역사적 이야기와 인물이 나오기 때문에 서양(유럽 및 유럽인이 이민을 가서 세운 아메리카 포함하여) 문화나 역사를 어느 정도 알면 문장의 맥락, 뉘앙스, 저자의 의도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 모른다면... 안타깝게도 옮긴이가 정성스레 단 주석을 읽어도 이게 여기서 왜 나오는지 의아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서양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소설의 흐름을 타서 읽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좀 어려울 수 있는 작품이다. ㅡ 작품의 프롤로그에서부터 이런 난관에 봉착할 수 있으므로 주의 ㅡ 저자의 지적 유희(!!)를 느끼고 맛보는 걸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좋아하고도 남을 작품이라 할 수 있다(개인적으로 줄리언 반스나 산티아고 감보아 등등의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또 뭐랄까, 자유연상법이랄지 갑자기 말하는 화자가 바뀐다고 해야 할까 그런 부분이 있다. 시공간을 휙휙 넘나든다. 아마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의식 흐름을 작품에 녹여낸 게 아닐까 싶다. 가령 이런 부분이다. 화자는 친구의 권유 혹은 학장 부인의 추천으로 해외에 체류하게 되는데 그 체류하는 방에서 갑자기 옛날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거나, 생각난 사람과 과거에 있었던 일을 꼭 현재처럼 묘사하는 것이다. 이건 우리의 의식 흐름과 비슷한데, 우리 역시 어느 특정한 장소에 가면 불현듯 옛날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곤 한다. 의식적일 때도 있고 무의식적일 때도 있고. 생각 대부분이 금방 스치고 지나가지만, 더 기억하려고 하면 더 기억할 수 있다. 어쨌거나 우리의 의식은 부지불식간에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문학, 거기에 산문이므로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해버리는 회상을 문자로, 언어로 길게 서술하고 묘사해야만 한다. 그래서 옛일을 기억하는 것을 꼭 현재의 일처럼 혼동되게 저자는 쓴 것 같다.


이미 많은 작가들이 실험적으로 사용한 기법이지만, 그럼에도 새롭고 매력적이다(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나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좋았다. 무슨 수수께끼 풀듯이 문장에 의문을 가지고 찬찬히 읽게 된다).

실제의 히틀러와 칠레에 히틀러라는 이름을 가진 벽화가, 화자 프리소 더포스와 그에게 위기의식을 주는 필립 더프리스, 그리고 이 책 곳곳에 등장하는 히틀러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과 사물들. 사람들의 착각과 오해들. 저자가 초반에 중요한 의미로 쓴듯한 '상상'과 '환상'의 차이. 프리소와 피파(핍)의 관계... 뭐랄까, 이 책은 분명 책 한 권인데 홀로그램처럼 어떻게 비춰서 읽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는 그런 책이다. 아마 재독, 삼독을 한다면 그때마다 느낌이 달라질 작품. 애매하고 모호함을 잘 활용하는 작가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내 취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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