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계부 - 개정판
제윤경 지음 / 부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읽은 기간/ 2017년 3월 13일~14일
/주제 분류/ 재테크
/읽은 동기/ 요즘 돈에 대한 급관심


지인이 빚에 허덕이고 있어서 요즘 돈이 무엇이고,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다. 티비에 나오는 이야기들, 사상 초유의 가계 대출과 하우스 푸어, 노령화, 카드빚 등등이 다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나 내 가까이에 있었다. 적지 않는 월급을 받는 직장인임에도, 집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낸 이후, 빚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빚이 빚을 만들고 있는 형국. 그리고 버는 만큼 부대적인 것에 지출을 많이 했다. 소비를 충분히 줄일 수 있을 텐데도 굳어져버린 소비 습관을 바꿀 생각은 잘 하지 못하는 듯했다. 지출에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 많이 벌어도, 버는 족족 다 써버려서 빨리 상환해서 없앨 수도 있을 것 같은 빚이 제자리걸음이거나 때때로 목돈 들어갈 일이 갑자기 생기면, 빚이 너무나 불어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듯했다. 이게 꼭 내 지인만의 일은 아니고,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듯했다. 

이 책에 나온 세 부부의 이야기도 그러했다. 4명의 동창생, 여기서 1명은 시민운동가로 누가 봐도 월급이 변변찮아 보인다. 나머지 3명은, 사업을 하거나, 대기업에 다니거나, 금융회사에 다녀서 겉으로 보기엔 잘 나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서 보니가 다들 쓰는 만큼 쓴다고 고소득 부부일수록, 자녀 교육비, 생활비, 품위유지비, 가족들 경조사비에 그만큼 쓰고 있었고, 인생을 계획 없이, 대책 없이 그때그때 들어오는 돈으로 메우고 살아갈 뿐이었다. 그래서 돈은 많이 버는데, 모두 두 손가락 사이로 흘려버리고 있었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는 친구 부부만이, 미래를 계획하고 그 계획에 맞춰 돈을 모으고, 정말 필요한 것만 소비를 해서, 버는 것에 비해 저축액도 많고, 삶을 풍족하게 살고 있었다. 저자는 이런 삶이, 바로 미래를 계획하고, 소비와 지출을 완전히 장악한 삶, 그리고 자기가 바라는 목표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씩 이뤄 나가는 삶이 건전하고 행복한 삶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이 나온 게 2012년(개정판)인데, 전혀 5년 전 내용 같지 않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노후자금, 부동산 관련 대출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는데, 지금 2017년 2012년보다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진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가가치일랑 하나도 없는 집을 투자가치로 삼으면서, 투기 아닌 투기를 일삼았고, 인구 절벽 위기가 닥친 지금 이 책이 나왔을 때보다 모든 게 더 심각해졌다. 그래서 책이 나온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니 예전보다 더 절실하게 저자가 주장하는 게 중요해진 것 같다. 

자산을 파악하고 수입과 지출 등 현금 흐름을 완전히 파악하고, 생애 주기를 생각해서 인생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는 재무 설계를 해야 한다고. 재무 설계란, 말만 거창하지 실상 알고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혹은 뻔히 목돈 들어갈 일이 예견되는 건은 미리미리 저축해서 돈을 모으자는 것이다. 건전하고 성실한 방법인, 바로 '저축'으로. 나도 돈에 관해서 극히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투자보다 저축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 그런데, 돈은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소비하고, 저축을 했지만 인생의 목표가 없어서 너무 되는 대로 막 살아온 건 아닌가 싶다.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아무 계획도 없이 살아왔고.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아직 부모님이 크게 편찮으신 데가 없고, 요즘은 노인으로 쳐주지도 않는 60대이시라 별 걱정이 없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고, 나 역시, 내 앞날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오늘을 저당 잡히고 싶지 않다. 이렇게 돈의 노예, 두려움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미래를, 나의 바람을, 생각해야만 한다. 이 책에 나왔던 부부들처럼 나도 내 미래부터 생각해 봐야겠다. 당장. 


+ 일화나 소설처럼 지은 이야기를, 재테크 이야기와 접목해서 풀어쓰는 것, 독자가 이해하기 쉽다는 이점이 있지만 독자가 관심 없고, 그래서 피로하게 만드는 내용도 많다. 쓸데 없는 이야기들. 그런 건 가지 치는 듯 잘라내는 게 좋을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