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탁 위의 책들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종이 위의 음식들
정은지 지음 / 앨리스 / 201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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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기간/ 2017년 2월 20일~28일
/주제 분류/ 국내 에세이 (독서, 음식)
/읽은 동기/ 독서 + 음식 조합은 무조건 읽어야 해. 내 몸과 마음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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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이지만 혼밥이지 않은 밥을 먹는 그녀. 먹을 것을 준비한다, 먹을 것을 들고 서재로 간다. 마음에 드는 책을 꺼낸다. 그 책에서 음식에 대한 묘사로 가득한 부분을 편다. (이미 여러 번 읽어서 어디를 펼쳐야 먹는 부분이 나오는지 안다) 이제 먹으면서 독서를 시작한다. 이것이 이 책을 쓴 님의 혼밥 먹는 법이다.


제목을 내 식탁 위의 책들이라기보단, 혼밥과 함께 하기 좋은 책들이랄까.


요즘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집에서 혼자 밥 먹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티피로 먹방을 보거나 하다못해 인터넷 먹방 방송을 본다던데, 이 분은 방송 대신 책이다. 이 책이 나온 게 2012년, 이때는 아직 우리나라에 먹자 방송의 바람이 불지 않았던 때이니, 유행을 좀 앞서 나가신 분이랄까. 방송을 보는 것보다 독서를 좀 더 능동적 활동이라 하면, 수동적 혼밥 보단, 능동적 혼밥을 즐겨 하신 분이랄까. 흥미로웠다. 이렇게 혼밥을 드시는 분이 있구나 하고.


나도 먹는 거 좋아하고, 책 읽는 걸 좋아하지만 뭔가를 먹으면서 책을 읽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대부분 '양념'이든 물이든 뭔가 묻어 있기 때문에 책에 떨어지면 그 즉시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고, 떨어트리지 않더라도 뭔가를 하면서 책을 읽는 멀티플레이에 나는 상당히 약하다. 산만하고. 다만, 때때로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면 마시면서, 간혹 초콜릿 정도를 간식으로 먹는데 이마저도 신경이 쓰여서, 비닐을 뜯자마자 와다닥 다 먹던가, 혹은 먹는 걸 까먹고 있다가, 나중에 생각이 나면 그때 왕창 다 먹는 타입이다. 뭐든 하면, 하나만 해야 하는 나는  먹으면서 책을 읽는 이런 책을 쓰긴 힘들겠지. @ㅅ@


문체는 전체적으로 시크하고, 저자가 이 책을 내기 전에 많은 사전 조사를 한 것 같더라. 외국 서적의 경우, 정확히 어떤 음식인지 알기 위해 구글 검색은 물론 원서를 구해서 번역하고, 심지어 까막눈이다시피한 일본 원서까지 구해서 한 글 한 글 지극 정성(?)으로 번역해서 책에 나온 음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자 한다. 현대 작품이 아닌, 출판된 지 최소 50년은 더 된 책들은 번역을 읽어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 것들이 많다. 음식부터 해서 집안의 장신구라든가, 전통 행사, 믿음, 등등은. 그래서 옛날 책들에 나온 음식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이 책의 저자만큼의 노력은 정말 필요한 것 같다. 보통은, 그게 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냥 '맛있는 음식'이겠구나 정도로, 저자가 묘사한 느낌이나 분위기로 대충 느끼고 넘어간다.


이 책의 저자의 이런 노력이 있기에 이 책에 꽤 많은 유익한 정보가 들어있다. 다만, 문체가 시크하고, 한 챕터, 한 챕터마다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고 어딘가 툭툭 끊어진다. 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빠질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내용 흐름상의 문제로 산만해질 때가 있었다.


그래도, 음식 좋아하고, 책 좋아하는 이지적 여성의 글을 읽는 게 좋았다. 나도 책을 꾸준히 많이 읽고, 글도 좀 잘 쓰게 되면, 이런 시크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고 말이다.


+ 삽입된 일러스트가 참 예쁘다. +ㅁ+ 따라 그려보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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