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 '이해의 선물' 완전판 수록
폴 빌리어드 지음, 류해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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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기간/ 2017년 2월 19일~20일
/주제 분류/ 해외 소설 (미국/자전적 소설)
/읽은 동기/ 얼마 전에 읽었던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라는 책에서 보고 읽었다. 달달한 책 제목이 나를 끌어당김. (당이 필요한가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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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빌리어드는 1910년에 태어나 1974년에 죽은 사람이다. 우리 인류에 크나큰 보탬이 된 위대한 사람은 아닐지언정, 그 시대와 자기 인생을 온전히 살아낸 사람이고, 앎에 대한 열의와 호기심으로  여러 많은 일을 했던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어린 시절에 실제로 겪었던 일화를 담고 있다. 찬찬히, 그리고 차분차분한 목소리로 마음속에 담겨 있던 그만의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폴은 어렸을 때 개구쟁이에다 말썽꾸러기였다. 하지만 당시 여느 미국 아이들처럼 어른들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아이였다. 가부장적이고 완고했던 아버지, 자상하고 공정했던 어머니, 8살 많은 형과 조금 나이 많은 누나. 형과 누나는 이 책에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형과 누나에겐 딱히 배울 게 없었나 보다) 

이 책엔 폴이 호기심 때문에 뭔가를 했다가 크게 사고 친 일, 예를 들어 집을 폭발하거나, 숲을 불태우고, 다 늙은 이웃집 할아버지와 사사건건 싸우고, 6살에 혼자 캐나다 밴쿠버에서 기차 타고 미국 동부로 갔던 이야기, 뒷마당에 롤러코스터를 만들었다가 석탄 더미로 날아간 이야기 등도 나오고, 괴팍한 이웃인 줄 알고 싫어하고 무시했는데, 어떤 계기로 그분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를 깨달았던 일들도 실려 있다(여러 번 눈물이 핑 돌았다). 부모님이 가르쳐 준 경제 개념, 집은 나 몰라라 하고 유럽이고 어디고 돈 쓰러 다니기 바빴던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 동업으로 초콜릿을 만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방문 판매했던  일, 전축을 개조해서 자동 전축을 만들고는 놀랄 만큼 큰돈을 벌었던 일, 사사건건 시비 거는 아버지,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꼬투리 잡아 집 나가라 해서  그 길로 뉴욕으로 건너와 독립했던 일화(이게 폴이 14살 때 일이다)도 나온다. (집 나가라 한 이유가, 폴이 단지 책을 많이 읽는 게 못마땅해서였다) 

폴이 워낙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서, 딱히 극적일 것 없는 스토리이지만, 눈물이 날 만큼 슬프기도 했고,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질 만큼 감동받기도 했다. 

저자의 사고 친 일화들은 꼭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을 읽는 기분이었고, 10대에 접어들었을 때 기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이것저것 창의적인 물건을 만들었던 일화는 리처드 파인만의 어린 시절이 담긴 에세이를 읽는 것 같았다. 단, 폴 빌리어드의 말투는, 마크 트웨인과 리처드 파인만처럼 유머러스하거나, 재치 있는 건 아니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짐짓 꾸며쓴 부분도 없다. 그런데도, 진심이 담기고, 마음에 각인된 이야기여서인지 문체가 담담해도 참 좋더라. 오히려 담담해서 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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