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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디자인하라 - 뉴노멀 시대, 성장을 추구하는 원가혁신 전략
키타야마 카즈마 지음, 정란희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읽은 시기/ 2016년 12월 16일~17일
/주제 분류/ 경영전략, 혁신
/읽은 동기/ 요즘 일본이 어떻게 제조업 분야 경기 불황을 헤쳐나가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해서 읽음. (읽어보니 제조업 불황과는 상관이 없었다;)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상당히 일본적인 책이다. 내가 제조업 관련해서 문외한이고, 일본이라는 나라도 잘 모르지만, 어렴풋 알고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이 책에서 느껴졌다. 특출난 '한 명'보다는 '보통의 사람' 모두가 하나 된 듯 일심으로 노력하여 앞으로 나아가자고 주장하고, 장인정신, 도제식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등. 딱 일본 기업 문화를 강화하자는 것 같았다. 또한 일본 버블 붕괴 전에 제조업이 어땠는지 자세히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나, 몇 군데에서 그 시절에 대한 향수, 동경을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아직도 갈피를 잘 못 잡고 있는가? 제조업 분야도 마찬가지로? 저자는 과거 영광스러웠던 일본 시스템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버블 붕괴하기 전 일본은 너무나 잘 나갔으니까... 한국인으로서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내가 느낀 점은 여기서 각설하고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은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기술력이 있어도 왜 이익을 내지 못할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① "설계와 원가를 따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② 비용만 고려한 인색한 설계로는 이길 수 없다.
③ 제조업을 위해 3가지 혁신 정책이 필요하다.
(설계, 원가 융합/노하우 고도화/IT를 활용한 의식 개혁 및 정착)
1번, 설계와 원가를 따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유명한 '애플사'로 들고 있다. 애플은 2014년 영업이익률이 자그마치 30%나 되었다. 2014년 핸드폰을 가장 많이 판 회사는 삼성인데, 삼성이 가장 많이 팔았으나 영업이익률은 2014년에 13%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13%는,애플 30%에 비하면 절반 수준도 안 된다. 저자는 물건이 팔리는 것과 회사의 이익은 별개라며,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정비에서 이익을 뽑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플은 자사 공장은 없지만,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절삭가공이나 레이더 가공기에는 직접 투자를 하고 제조 위탁사에 이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고정비에 투자하고, 조립 같은 변동비 부분만 외주를 준다(이 변동비 부분은 시장 상황에 따라 충분히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 예를 들어 애플은 2007년에 1세대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2011년 4S까지 화면 사이즈를 3.5로 통일했는데, 이렇게 설비, 작업도구, 기술을 최대한 바꾸지 않았다. 통일된 크기의 제품을 만든다는 제약을 설정하고 그 제약 아래에서 부가가치를 최대로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해왔다.그에 반해 일본 모 회사랑 삼성은 화면 크기 뿐만 아니라 버튼 위치 등이 제각각인 다양한 기종들을 개발하여, 고정비에 지출을 많이 했단다. 그래서 제품을 아주 많이 팔았어도 영업이익률을 낮을 수밖에 없었다고.
또한 애플의 기술자들은 공장이 어떻게 굴러가고 제품 공정을 충분히 숙지하는데, 현재 일본 제조사들의 설계 기술자들은 공장과 공정이 어떤지 잘 모른다고 저자는 한탄한다(게다가 설계자들이 '생각'도 안 한다며 개탄;;).
그런데 저자는 애플을 '이익을 잘 내는 기업'이라고 예를 들었으나, 뛰어난 천재 하나가 나머지를 먹여 살리는 것보다, 보통 사람들이 협력하는 '전원력(全員力)을 강조한다(애플은 특출난 천재 하나가 기업을 이끌었다는 이미지;). - 여기서 내가 일본의 기업 문화를 강하게 느꼈다. 서로 튀지 않고 보통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여 같이 잘 살아보자는 -
저자가 주장하는 프로피터블 디자인은 바로 "매력적인 제품" "이익을 내는 제품"인데 이는 ① 고정비 매니지먼트와 ② 설계 고도화 ③ 설계 표준화 ④ 재관 분리(재무회계/관리회계) ⑤ 전원력 ⑥ 자공정완결(품질은 공정에서 결정된다) ⑦ '혁신놀이'는 그만, 직접 업무 혁신! 이렇게 7가지를 통해 이익추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설계 고도화라는 말은 퍼특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이는 설계자의 노하우를 가시화, 체계화, 표준화하여 직원들이 이를 공유하고 그래서 양질의 설계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가 설계 고도화를 시킨 기업으로 예를 든 곳은 '무인양품'과 '마츠다'이다)
저자는 또 하나의 질문을 한다.
제조업은 왜 약해졌나?
그 이유로 3가지를 꼽는다. 첫째 고객이 다양화, 둘째 기술의 다양화, 셋째 비용 구조의 다양화. 하지만 일본 제조업체들은 이 세 개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로 분업화의 부작용을 든다. 분업화로 인해 경험이 분산화되어 후배들이 선배의 지식과 경험을 이어받을 수 없었고, 설계 검토의 유명무실화, 그리고 도제 제도의 붕괴를 낳았다고 한다.
나는 저자가 여전히 평생직장, 오래오래 존속 가능한 기업을 꿈꾸는지, 장인정신과 도제제도를 다시 되살려야 한다고 하는데서 좀 흥미로웠다. 신입 사원과 중견 사원 그리고 베테랑이라 할 만한 숙련가를 한 조로 하여 베테랑의 노하우를 기록(데이터베이스화)하려 기업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십여 년 후면 자신의 아이가 회사를 다닐 것이고 40여 년 후에는 자기 손주들이 회사를 다닐 걸 생각하며 그들에게 자신의 이 책이 보탬이 되길 바라는데 저자는 기업들이 아주 오래 지속되길 바라며 제조업의 근본적 변화를 꿈꾸는 것으로 느껴졌다. 딱 20세기 일본의 평생직장 개념이 생각났다. 저자가 알고 그렇게 주장했는지, 모르고 은연중에 주장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예전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내일도 알 수 없는데, 더 먼 미래는 더더욱 알 수 없는 것. 저자의 주장이 맞는지 틀린 지, 일본 제조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몇몇 주장이 꽤 설득력 있는 것 같다. (특히 고정비에서 이익을 내야 한다는 주장!) 하지만 제조업이라는 게 같은 제조업이라고 해도 회사 방침, 역사, 스타일, 생산하는 제품이 다 제각각이라서 저자의 주장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그래도 저자가 마지막 부분에서 그랬듯, 100점을 맞춰야만 하는 건 아니다. 40점, 60점이라도 변화를 시도하고, 그 변화에서 작은 성장을 하면 성공한 것이다. 저자가 미래를 생각하며 이 책을 썼듯이 나은 미래를 위해서 애쓰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