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앨런 그린스펀.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김태훈 옮김, 장경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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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염병의 습격, 이 전염병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오늘 경제 뉴스 헤드라인에도 떴지만, COVID-19이 창궐한 지금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가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변곡점에 있는 것이다. 이 변곡점에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과거는 무엇일까. 바로 20세기와 21세기 초에 세계 질서를 구축한 미국을 알아야 한다. 또 그중에서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받아들인 미국식 자본주의를 알아야 한다.




책 제목이 내뿜는 아우라와 저자 이름에 앨런 그린스펀이 있어서 내용이 무척 어려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공저자인 에이드리언 울드리지가 저널리스트라서 그런지,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가독성 높게 잘 썼다.

이 책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도약해서 세계 경제의 패권을 거머쥐게 된 미국의 승리(!!)를 이야기하고, 그 승리의 원인을 역사로부터 추출해 분석하고 있다. (저자가 제일 강조하는 것은 '창조적 파괴'다) 하지만 책은 뒤로 갈수록 조금씩 우울해진다. 미국을 성공하게 한, 미국 사회의 역동성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의 역동성이 미국을 경제대국으로 키웠으나, 이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어서 미래가 좀 암울하다는 전망이다. 미국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복지의 과도한 지출이다. 저자의 주장은,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은 경제가 원활히 구르도록 하는 '저축'은 하지 않고, 그때그때 소비에만 치중한다고 한다. 복지는 한 번 제도로 만들어지면, 축소나 폐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방대한 양의 예산이 지출된다고 한다. 또한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양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어가고' 있다. 연금 수급 신청자가 예전보다 많이 늘어났고, 앞으로는 더욱 많을 것이기에 미국 자본주의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역동성이 줄어든다고 저자는 주장하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앨런 그린스펀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1987-2006)으로서 한때 2001년 닷컴버블과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원인의 주요 인물로 지탄을 받았었다. 나는 경제에 대해 잘 모르고, 경제 석학들의 주장을 잘 분석할 수 없어서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앨런 그린스펀은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경제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했던 인물이 아니었나 싶다. 그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역임 연수만 보더라도, 그는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가 재임할 시기 중간중간 경제가 출렁일 때마다 경제의 버블을 더 키운 인물이 앨런 그린스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나는 하고 있다.

경제 여력을 튼튼하게 하기보다는, 그러니까 실물경제보다 금융시장에 치중하면서 사회 불안정성을 키운 것은 아닐까 싶은. 돈은 돈을 낳는다. 살아있는 생물도 아닌데, 자가 증식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경제 용어로 말하면 '신용 창조(credit creation). 지금까지 우리가 누린 부는 바로 신용 창조 위에 올린 거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분명 앨런 그린스펀의 주장대로 복지 정책이 미국 사회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사실 아주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우리도 이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다) 그래도, 앨런 그린스펀이 복지 정책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의 통화정책에 대해 깊이 고찰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지금의 경제 불안정성은, 바로 통화정책 확장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COVID-19로 타격받는 경제 문제에 대해, 별다른 아이디어 없이 기존의 관성대로 돈만 풀어 해결하려고 한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중 돈 푸는 것만 알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잘 넘긴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우리 세계를 덮칠 것이다)


책의 말미 부분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는 크게 동의하지 않지만,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에 대해서는 알기 쉽게 잘 정리한 책이다. 미국의 자본주의, 미국 경제 역사 등등에 관심 있는 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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