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니스 - 잠재력을 깨우는 단 하나의 열쇠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어렸을 때 본 애니메이션이지만, 여전히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는 작품이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치고 상당히 철학적이기도 한 작품, 바로 <머털도사> 시리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에피소드 대부분 내용을 잊어버렸지만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머털도사가 천 길 낭떠러지 외길을 걸어 스승인 누덕도사에게까지 가야 하는 미션 장면. 머털도사는 벼랑이 아래를 바라보고 너무 아찔하고 높아서 건너가지 못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누덕도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찌 눈으로만 사물을 보느냐?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야지.

겁내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보아라.


머털도사가 눈을 뜨고 다시 보니 낭떠러지가 아니라 잔디 위에 길이 나있다. 벼랑이 아닌 잔딧길이자 신이 난 머털도사는 힘차게 걸어간다. 그러나, 다시 눈을 뜨고 본 길은 아까처럼 천 길 낭떠러지 위. 놀란 머털도사는 마음의 평정심이 깨지고 외길에서 떨어진다. 다행히 누덕도사의 도움으로 추락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로 건너온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가.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하면 어떤 위험이 닥쳐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양에서 중시한 '마음'과 '정신'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하지만 마음의 고요를 동양 사상가들만 주장한 것은 아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위대한 사상가, 철학가들은 마음의 고요, 평정심을 제일로 생각했다. 마음의 고요, 차분함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는 무엇일까.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스틸니스(stillness)이다.


* stillness [명사] 고요, 정적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혼란스러워도 나는 흔들리지 않는 것, 흥분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으며 차분히 행동하는 것. 마음 안팎으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동양의 한자로 표현하면 도(道)이고, 고대 그리스 철학과 신학에서는 로고스(logos)라 한다. 이외 불교, 스토아 철학, 에피쿠로스 철학, 기독교, 힌두교를 통틀어 이것을 숭상하지 않은 철학이나 신학은 없었다. 동서양 어디서든 내면의 고요는 최고의 선(善)이자, 만족스러운 삶의 비결이었다. (P17-18 참고).




이 책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행복한 삶(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을 살기 위해는 '마음이 고요한 상태(stillness)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음이 고요하다면, 삶을 살면서 맞부딪히는 거의 모든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럼 마음의 고요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선택받은 소수? 땡!

재능 있는 사람만 가능? 땡!!


저자는 누구나 마음의 고요와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의 목적은 

이미 당신이 지니고 있는 고요를 

어떻게 끄집어내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P26


저자는 우리 안의 고요를 찾아내려면 세 가지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정신, 영혼 그리고 몸이다.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정신


우리의 몸은 '지금 여기'에 있으면서, 우리의 정신은 '과거와 미래'에 있다. 몸과 정신이 한 곳에 있지 못하고 분리되어 있다. 과거에 있었던 부끄러운 일, 화났던 일들을 끊임없이 곱씹어 생각하고 분개한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걱정한다. 그래서 항상 머릿속이 시끄럽다. 지나간 과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지금 현재에 비해 하등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지금 현재에 집중할 때만 우리 마음은 고요할 수 있다. 지나치게 분석하지 말고 그저 할 일을 하자. 압박감 없이 그저 현재에 충실하기.


저자는 현재에 충실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기 쓰기'를 추천한다.


미셀 푸코는 고대의 글쓰기 양식이자 자신에게 쓰는 글이라는 의미의 후폼네마타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일기를 쓴다는 건 마음속의 동요와 어리석음을 몰아내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이고 철학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하면서 일기 쓰기를 '영적 전투의 무기'라고 일컬었다. (...) 최고의 일기는 바로 이런 형태를 띠고 있다. 일기 속의 글은 읽는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쓰는 사람을 위한 글이다. 긴장을 풀고 마음을 느긋하게 하기 위해 쓰는 글이자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P82


일기는 마음속의 짐을 덜기 위해서, 마음속에 떠도는 생각을 가라앉히고 정리하기 위해서, 통찰력 있는 생각과 해로운 생각을 구분 짓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일기를 쓰는 데에는 옳은 방법도 그른 방법도 없다. 오직 중요한 건 그저 쓰는 것이다. P84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을 추천하는데 그것은 바로 '스승의 도움' 받기다. 스토아학파 창시자 '제논', 불교를 만든 '싯다르타'도 모두 스승이 있었다. 이들은 나중에 스승과 결별하고 다른 독자적인 길을 걸었지만, 그들에게 위대한 스승이 없었다면 그들 역시 위대한 업적, 해탈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제논과 석가모니 같은 이들도 정진하기 위해 스승이 필요했다면 우리도 그렇지 않겠는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스승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P96





일기를 써서 잡념을 시각화해 별것 아닌 것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좋은 스승을 만나 많이 보고 배우자. 그래서 정신에 고요함을 깃들이도록 하자.



 │마음을 움직이고 생명을 부여하는, 영혼


'충분하다'라는 생각은 불안을 잠재우는 키워드라고 한다.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면 그 우선순위에 따라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답이 나온다고. 또 우리는 어렸을 때 알게 모르게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이것이 잠재의식 속에 녹아 있어 우리가 내리는 결정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일종의 트라우마는 우리의 가치관, 행동양식을 결정짓다. 트라우마에 얽매이면 자신이 주인인 삶을 살 수 없다. 그러니 자기 자신에게 불만족스러워하기보다는 '충분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격정적이었던 고요히 잠재울 필요가 있다.



│정신과 영혼의 실행자인, 몸


*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몸이 피곤하면 정신과 영혼이 맑을 수 없다. 그래서 정신과 영혼을 고요하기 위해 '몸의 관리'도 잘 해야 하는데 몸 관리를 하기 위해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확실하고 절제된 일상의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 야외에서 활동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 고독과 자기만의 관점을 길러야 한다.

- 사람들이 나를 찾을 때 나서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일 중독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 나 자신보다 더 큰 대의에 헌신해야 한다.


걷기도 좋고, 엄청난 일정과 스트레스에 허덕일 땐 윈스턴 처칠처럼 '그림 그리기' 취미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을 어쩌다 한 번하는 것보다는, 루틴을 가지고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습관은 적이 아니라, 협력자일 수 있다고.


- 지금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안 정리하기

- 짜임새 있게 하루 일과 계획하기

- 방해 요소 제한하고 선택해야 할 일의 개수 줄이기



│그리고 메멘토 모리


키케로는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석가모니 역시 이렇게 말했다. "모든 생명은 사라진다. 완전한 해방을 향해 부지런히 정진하라."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없지만 공자 역시 이렇게 말했다. '조문도 석사가의(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이는 거꾸로 생각하면 도는 인간이 근원적으로 두려워하는 죽음도 뛰어넘을 수 있게 하고, 또 잘 죽기 위해 도를 깨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부단히 정진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면이 고요해야 하며, 내면이 고요하기 위해서는 정신, 마음, 몸을 정진해야 한다.


우리 인류는 자본주의 시대로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삶의 목적과 인생 철학을 잃어버린 듯하다. 삶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공허함과 분노, 우울함이 우리 정신을 끊임없이 갉아먹고 있다.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정신, 마음, 몸에 집중하기. 그래서 내면에 고요를 유지하기.


내면의 고요는 동서고금 위대한 철학자와 사상가들이 추구했던 바다. 내면의 고요는 선택받은 소수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역시 내면의 고요를 이룰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수면, 매사 스트레스 받지 않고 '충분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면 가능하다.


라이언 홀리데이의 『스틸리스』는 이를 주장하는 책이다.


마음의 고요를 얻고 싶은 분들은 읽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