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중동과 이슬람 상식도감 지도로 읽는다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안혜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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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이 쓴 세계사를 읽으면 늘 어딘가 비어있는 느낌이 든다. 어디가 비어있는고 하니, 바로 중동이다. 유럽인이 쓴 세계사는 대체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출발한다. 그러곤은 역사의 축은 동에서 서로 흐른다면서 이야기의 중심이 에게해와 그리스로, 그다음엔 로마(이탈리아)로 잠깐 중세 시대에서 장소의 초점이 흐려지다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와 북유럽 조금 다루고, 본격적으로 대항해 시대로 접어든다. 세계사의 중심은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확장되다가 마무리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냉전시대를 거쳐 미국이 패권을 잡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설명으로 세계사는 마무리된다.



아, 그리고 책의 초반에 인류 4대 문명이라고,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외에 중국 황허강 문명과 인도 인더스강 문명도 언급되지만 길어봤자 고작 몇 페이지다. 뒤에 인도 이야기가 나와봤자, 유럽발 헬레니즘 문화에 영향을 받은 간다라 미술 이야기가 나오고 중국 이야기는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 이야기 조금 나오고 마는 식이다.



그래서 유럽인이 쓴 세계사는 세계사보다는 거의, 언제나, 항상, '유럽사'다. 오히려 그들이 쓴 책 중, '세계사'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은 다른 나라 역사 책이 오히려 제대로 된 세계사답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인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도, 세계사 하면 대부분 유럽 위주로 쓰인 유럽사다. 유럽이 중심이되, 그 외 지역의 이야기는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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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갈증이 생겼다. 늘 세계사 책을 읽으면, 중동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이 정말 큰데 제대로 다룬 책이 없어서 중동 관련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러다 좋은 기회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본격 역사책은 아니고 역사를 포함한 중동과 이슬람에 대한 다양한 상식들이 담겨 있다. 일단 그곳의 역사에서부터 출발한다. 인류 4대 문명 중 제일 빨리 등장한 문명이 바로 중동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니까. 그다음부터 유럽인이 쓴 세계사 책에서 소외된 나머지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란인, 아랍인, 투르크인 등등. 그리고 중동 하면 종교를 빼놓을 수 없다. 종교 이야기도 나오고, 종교에서 파생된 중동만의 독특한 '문화'에 대해서도 자세하면서도 쉽게 소개한다.



저자는 서문에서도 밝혔듯 '가독성을 위한 책'을 냈다고 한다. 어려운 이야기는 가급적 배제하고, 대체로 책의 흐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쉽다. 나처럼 중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수준이다. 중동에 관심 있는데 어디서부터 알아가는 것이 좋은지 모르겠다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나온 종교 이야기가 제일 유익했다. 사실 우리가 익히 아는 이슬람교는 7세기에 창시된 비교적 신흥종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럼 그전에는 중동에는 어떤 종교가 있었을까. 우선 다신교로 출발했는데 나중에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유일신을 믿는 종교가 이 지역에서 발흥했다. 또한 중동은 지형이 개방적이어서 민족, 종교가 복잡다단했다. 지금은 중동 전역으로 이슬람교가 보급되어 [중동=이슬람]이란 상식이 있으나, 현재까지도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가 모두 공존하고 있다 한다.




19세기에 유럽의 국가나 민족이라는 개념이 들어오기 전까지 중동은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가 공존했다. 그런데 중동 전역으로 이슬람교가 보급되면서 아랍인의 범주가 한층 넓어졌다. 중동은 모두 이슬람 국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팔레스타인은 기독교의 발상지이며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은 예전에 비잔틴 제국령이었다. 지금도 중동 국가 어디나 기독교인이 살고 있다. 예를 들어 레바논은 국민의 1/3이 마론파 중심의 기독교인이고, 이집트와 시리아는 국민의 약 10퍼센트가 기독교인이다. 이스라엘은 알려진 대로 국민의 대다수가 유대교인이다.


(P 46)




유럽에서 대항해 시대가 열리고, 세계사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게 된 것은 중동의 정세 변화 때문이었다. 교역의 중요 루트가 이슬람인에게 차단되자 유럽인들은 대서양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보통의 세계사 책은 중동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잘 설명하지 않고, 단지 교역이 차단당했다고만 설명하며 대항해시대만을 중요하게 다룬다. 역시 세계사의 중요한 축이 설명되지 않고 빈칸으로 남겨진 채 넘어가는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이런 빈칸을 채우는 게 아닌가 싶다. 역사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고, 단지 취미 삼아 교양서적을 읽는데 머무르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빈칸을 채우고 싶다. 중동 지역 이야기는 이 책 덕분에 많이 알게 되었다. 또 한 번 만에 소화하기에는 책 내용이 방대해서, 짬 날 때마다 재독하며 공부하려고 한다.



중동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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