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일상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것에도 감사한 마음...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좋은 지인들이 있어서 불안하지 않고 평온하고 차분하다. 물론 때때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지만, 내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거나 받아들여야 하는 내 마음의 문제들이다.
발견하는 것은 감동하는 것이다.
마쓰우라 야타로, 『일상의 악센트』, 28쪽
일상생활을 하다가 문득 깨닫는 것들이 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사소하지만 이전에는 아무 생각도 안 했던 것들이 가끔은 낯설게 내게 다가오고, 새로운 의미로 해석된다. 이럴 때 즐겁다. 이 발견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으면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기쁘고 삶이 새삼 풍요롭게 느껴진다. 일상의 놀라움, 기쁨, 풍요로움이다.

이 책은 일본 셀렉트 서점의 선구자이자 수필가인 마쓰우라 야타로의 수필집이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일화보다는 저자의 감상과 생각을 쓴 수필로 부드럽고 고요한 느낌의 책이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저자가 여행에 관해 쓴 부분이었다.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낯선 사람과 대화를 잘 이어가지 못한다. 물론 기분에 따라서는 쉽게 잘 어울릴 때도 있지만 대체로 소극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나와는 달랐다. 여행을 떠나서 어떤 숙소에 묵으면, 아침에 일어나 숙소 주위를 조깅한다고 한다. 조깅하면서 아침 식사를 파는 가게를 확인하고 가게 주인과 안면을 트고, 점 찍어둔 식당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현지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단골 가게를 만든다.
그날 아침으로, 저자에겐 낯선 여행지가 더 이상 낯설고 세상 홀로인 곳이 아니게 된다. 아는 사람이 있고, 단골 가게가 있는 친숙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여행지에서도 그렇게 일상이 부드럽게 연장된다.
나는 한 번도 이래 봤던 적이 없어서 그 느낌이 어떨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마음이 안정적이면서도 설레고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삶의 활력, 능동성도 느껴질 것 같고. 저자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룰 대로 자신의 취향대로 잘 사는 것 같았다.
요즘 들어 일상이 소중하다고 느끼는 나 역시도, 이렇게 생각하고 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일상이 소중하다면, 내가 어느 곳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능동적이고 편안하게 하루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발견하기, 감동하기, 편안하기, 차분하기, 즐겁기, 기쁘기, 설레기, 미소 짓기 그리고 '함께하기'
일상은 단조로울 수도 있고, 풍요로울 수도 있다.
모두 각자 마음먹기에 따른 문제.
일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시선의 문제.
일상이 소중하다고 깨달았으면, 이제 매일 뭐든 못할까... 다 할 수 있다. 저자처럼 낯선 여행지에서 안면을 트고 단골 가게를 만드는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