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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습니다 ㅣ I LOVE 그림책
제프 뉴먼 지음, 래리 데이 그림 / 보물창고 / 2020년 3월
평점 :
유년시절, 지금 돌아보면 철이 없던 시절이지만 그럼에도 어린 나이지만 문득문득 외로움도 느끼고, 애정도 갈구하고, 마음 붙일 곳도 필요했던 시기였다. '엄마'와의 유대는 조금씩 느슨해지고, 점차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되고 나는 독립된 개체가 되어 갔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외로워졌다. 독립은 거의 항상 외로움을 수반한다. 이럴 때 나를 위로해 주고, 내 곁에 든든한 존재가 되어 주었던 것이 바로 나의 반려견들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았다. 내 인생의 2/3 정도는 늘 반려견과 함께였다. 지금까지 개들과 단 한 번도 '언어'로 대화한 적 없지만, 그것이 나와 반려견 사이에 장애물이 된 적은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말을 아예 하지 않아도 반려견과 나는 대체로 언제나 잘 통했고 반려견이 무엇을 원하는지, 반대로 반려견은 내 감정이 어떠한지 서로 항상 잘 알아채곤 했다.
?진실되고 믿음 있는 사이는 '언어가 필요 없다'는 것을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도 나는 사람보다도 강아지를 더 잘 이해하고, 나 역시 사람 아닌 강아지에게 더 잘 이해받는다고 생각한다. 영화도 유성영화보다는 아주 옛날의 흑백 무성영화를 더 좋아한다. 언어는 인간이 타인과 관계 맺기에 꼭 필요한 도구이지만, 이 세상 무엇보다도 인간관계를 망치는 건 단연코 언어가 아닐까 싶다.
?진심과 진실은, 말이 아닌 마음으로 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글자 없는 그림책 ─
글자가 하나도 없는데, 다 보고 나면 주인공의 마음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되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책 역시 '언어'가 다가 아니다. 그림으로 보이는 대로, 내가 보는 대로 주인공의 마음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된다. 말이 없어서 더 잘 주인공의 마음이 더 내 마음에 와닿는다.
사랑하는 반려견을 잃어버린 주인공.
비가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춥고 배고파 보이는 강아지를 발견했다.
주인공은 빗속에서 안돼 보였던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둘 다 비를 많이 맞아서 옷과 털에서 빗물이 뚝뚝.
주인공은 함께 살던 강아지를 잃어버린 터라
빗속에 있던 강아지에게 정을 붙이고 싶지 않았지만
강아지가 함께 놀자고 하고, 함께 잠자자고 하여
주인공도 강아지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함께 뒹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드디어 집에서 함께 살기 위해
강아지를 위한 물건도 산다.
주인공이 강아지에게 마음을 연 것이다.
하지만...
길에서 우연히, 빗속에서 만난 강아지를 찾는다는 포스터를 보게 되고
마음이 아프지만,
너무나 아프지만
원래 주인에게 강아지를 데려다준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반려견을 잃어버린 심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아지를 데려다주고 쓸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때,
유기견 쉼터 앞을 지났다...
유기견 쉼터에서 본 강아지의 뒷모습인 듯한 강아지.
이 강아지가 기분 좋게 집안을 달리는 모습으로 『찾습니다』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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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줄거리이다. 무성영화처럼, 마치 반려견과 사람 사이처럼, 대화가 등장하지 않지만 보는 사람들은 전후 맥락을 이해하고 주인공과 강아지의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말로 들었을 때보다, 글로 읽었을 때보다 그림으로 읽는 이야기가 더 가슴에 여운이 남는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글자 없는 그림책, 『찾습니다』는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림만 보고도 이해할 수 있듯이, 반려견의 행동만 보고도 우리가 반려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듯이, 우리의 표정과 행동만 보고도 반려견이 우리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듯이.
외로움의 쓸쓸함과 함께하는 따쓰함이
같이 깃든 그림책, 『찾습니다』였다.